교원그룹賞 박수희

우종민 선생님께

2013년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 시작해 이제는 사랑을 베푸는 법을 배우고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제자 수희예요. 비록 지금은 직접 만나 뵐 수도 없고 밥 한 끼 사드릴 수 없는 곳에 계시지만 선생님과 함께 행복했던 2013년을 뒤돌아보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제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작은 초등학교에 유일한 남자 선생님이셨던 우종민 선생님께서 저를 맞이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무서운 인상에 엄하게 보이는 선생님의 모습에 어색해하며 방황하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인자해 보이는 미소를 보이고 제 손에 막대사탕을 하나 쥐여 주시며 “6학년 2반이 된 것을 축하한다, 잘 지내보자” 하시던 목소리를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선생님의 품에서 벗어나 지금은 고향인 경기 안산시를 떠나 전남 무안군으로 이사를 오게 돼 벌써 18살이 됐어요.

여름에는 찜질방보다 더웠지만 겨울이 되면 열정과 사랑으로 따뜻했던 방송실에서 함께했던 방송부 활동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요. 학예회나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가 있으면 카메라를 들고 제일 먼저 달려가 선생님과 함께 학교의 추억들을 담고 행사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 몰래 방송실에서 같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주최해주신 ‘맨발 캠페인’은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어떻게 했었지 하고 의아할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는 활동이었어요. 캠페인을 시행한 뒤 했던 뒷정리도 모두와 함께였기에 힘들지 않았던 활동이었어요. 눈이 오는 겨울이면 수업하다가도 다 같이 나가서 쌓이지도 않은 눈을 모으고 뭉쳐서 선생님보다 더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저 마음속 한쪽에 행복했던 추억들로 남아있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기억들이 됐네요. 영국으로 유학도 다녀오신 선생님, 왜 교수를 하지 않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냐는 물음에 웃으며 당당한 얼굴로 ‘아이들이 좋으니까’라는 말을 남기시고 우리를 가르치며 기록했던 글과 정보들로 논문도 쓰고 책도 쓰셨지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애틋함이 이런 느낌일까요? 저는 아직도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속에만 계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선생님이 천사가 되셨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바로 식장으로 달려갔을 때 너무 슬프고 암울해서 눈물 날 힘조차 없었는지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어요. 힘없이 집에 와서야 온몸의 물을 다 끌어낸 것처럼 눈물을 흘렸어요. 멀고 낯선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돼 자주 뵈러 가지도 못하고 죄송한 마음만 커지고 있어요. 제 이런 마음이 선생님께 닿을 수 있을까요? 언제나 잊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선생님을 간직해둘 거예요. 어린 나이에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끔 해주시고 성숙하게 해주셨으며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선생님은 아직도 언제나 저의 최고의 선생님이에요.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