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덕성여중 학생들이 지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함께 서울 정책박람회-나도 서울시 정책 제안가’ 토론회에서 ‘아동의 놀 권리’라는 대주제에 맞춰 서울시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나누고 있다. 이날 많은 공감을 받은 정책안은 서울시 정책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옹호센터 ‘나도 서울시 정책 제안가’ 토론회

아동·청소년 80여명 목소리
“학령인구 줄어 생긴 빈 교실
학생들 휴식 공간으로 활용”
현실적인 정책 제안 쏟아져

막혔던 세대간 소통 물꼬 터
“어른들에게 존중받는 느낌”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은 놀이에 있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1938년 쓴 책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대해 이처럼 주목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호모 루덴스)라는 것이다. 하위징아는 책이 나온 지 80년도 넘은 지난 20일 그의 이론을 성공적으로 실험하는 행사가 서울광장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주관으로 열린 ‘2019 함께 서울 정책박람회-나도 서울시 정책 제안가’ 토론회에는 아동·청소년 80여 명이 참석해 ‘아동의 놀 권리’를 주창하며 저마다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다양한 목소리를 내놨다. 8살을 맞은 서울 정책박람회에서 아동·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정책안을 개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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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아고라’를 방불케 한 이날 토론장은 시작부터 탄탄한 논리를 갖춘 날카로운 정책 제안들이 쏟아졌다. 백현수(17) 군 등 경문고 2학년 8명으로 구성된 조는 “한국 청소년은 스트레스 지수 50.5%로 1등, OECD 행복지수 62.3%로 최하위, 수면 평균시간도 5시간 27분으로 낮은 편으로 쉴 권리가 필요하다”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 내 빈 교실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다연(13) 양 등 5명으로 꾸려진 조는 “서울에는 어린이·청소년 의회처럼 포괄적인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놀이에 집중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은 없다”면서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재미를 고려해 놀이 공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들이 직접 놀이 공간에 대한 의견을 내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시에 ‘아동 놀이위원회’ 구축을 제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놀이’라는 개념에 대해 세대 간 막혀 있던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김예빈(12) 양은 “평소 생각을 직접 얘기해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놀이 정책안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어른들도 토론회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는 점에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선재(19) 군은 “학생은 투표권이 없기에 그동안 어른들이 우리의 의견에 큰 관심이 없다고 느껴왔다”면서 “그러나 현장에서 많은 관계자가 아동·청소년이 제안한 놀 권리 정책에 대해 진심으로 들어줬다는 인상을 받았고,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아이·어른 구분 없이 함께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대화 창구도 늘어났으면 한다”고 귀띔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앞서 지난 18일 ‘똑똑! 놀아도 될까요?’라는 주제로 대국민 인식증진 캠페인의 닻을 올렸다.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다. 차용기 서울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아동이 행복하기 위해선 이들에게 놀이와 여가가 충분히 주어져야 하며, 그 방법에서도 아동의 견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이번에 제안된 정책 중 공감이 많은 것은 서울시 정책으로 반영될 예정이며, 수렴과정에서도 아동이 주체가 돼 중간결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2018 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 9∼17세 아동·청소년의 70.4%가 학교·학원 또는 과외·자기학습 등 공부 때문에 시간 부족에 허덕인다고 응답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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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