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원유수출국 유지위해
국제유가 사흘 만에 상승세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시설 피격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생산량이 반 토막 나자 수출 거래처와 약속을 지키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라크 등으로부터 원유·석유제품 수입에 나섰다. 9월 말까지 원유 생산을 완전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했던 사우디의 원유 수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정 국면을 보였던 국제유가는 사흘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이라크를 비롯해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이웃 산유국들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휘발유와 경유, 연료유 등을 포함한 석유제품 수입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국내 정제공장 등에 공급하기 위해 이라크 국영석유판매기구(SOMO)에 2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을 요청했고 다른 중동 산유국들과도 원유 수입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국내 소비용으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시장 트레이더(중개인)들은 아람코가 이번 주 하루 3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제품을 추가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지난해 하루 평균 10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740만 배럴을 수출했으며 석유제품 수출도 하루 평균 200만 배럴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국제 석유시장의 ‘큰 손’인 사우디가 원유·석유제품 수입에 나서기는 이례적이다. 핵심 석유시설 가동중단에도 최대한 수출 차질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시설 피격으로 원유 생산량이 하루 570만 배럴로 급감한 상황에서 원유 수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고물량 방출 외에도 국내 석유제품 생산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다. 이탈리아 석유정제기업 사라스SpA의 다리오 스카파디 CEO는 “16일부터 사우디 측이 석유제품 구매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아람코의 석유 수출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인도가 주문한 프리미엄급 경유 대신 중유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르웨이 유조선도 빈손으로 돌아갔다. 사우디의 원유 수입 소식에 생산 조기 정상화 발표와 달리 사태 수습이 간단치 않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사흘 만에 소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03% 오른 배럴당 58.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도 1.26% 상승한 배럴당 64.4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