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않은 ‘혁명 사회주의자’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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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조국 법무부 장관은 ‘자유’를 뺀 ‘민주주의’ 체제로 개헌헌법을 구상한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달리 ‘자유’가 사라진 ‘비자유’민주주의는 잘해야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의 일당독재일 뿐이다. 공공성을 앞세워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파쇼 체제인 것이다.

‘자유’를 지우자고 주장했으면서도, 조국은 스스로 자유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한다. 그러면 흔히 사람들은 개념 있는 지성인으로 생각하고 북유럽의 사민주의자를 떠올린다. 그가 사민주의자였다면 인사청문회에서 “전향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유보했다. 운동권 사회주의자가 서구식 사민주의자로 전향하려면 세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하고,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포기하고, 전투적인 귀족 노조와의 연대를 포기해야 한다. 서구의 사민주의자들은 20세기 초에 폭력혁명을 포기했고, 2차대전 뒤에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포기했으며, 전통적으로 폭력적인 귀족 노조와 거리를 두었다.

조국은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했는가? 그가 젊은 시절 몸담았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은 6·25전쟁 이후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최대의 ‘비합법 사회주의 혁명조직’이었다. 그가 사노맹의 ‘혁명적 사회주의’를 포기했다는 족적이 없다. ‘자유’ 빠진 ‘민주주의’ 체제로 개헌헌법을 구상한 것 자체가 ‘사회주의적 혁명과업’이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는 젊은 시절을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다”고 했다.

조국은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포기했는가? 청문회에서 그는 ‘토지 공개념’과 ‘경제민주화’를 예로 들면서 사회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지 공개념은 토지소유권이 공동체를 위해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발적인 것과 강제적인 것이 있다. 비자유사회는 국가의 강제를 우선시한다. 문재인 정권의 초기에 여당 대표는 중국식의 토지 국유화를 거론했다. 토지소유권을 부정하는 그들의 ‘토지 공개념’이 실체를 드러냈던 셈이다. ‘경제민주화’는 부의 평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시장의 일반법칙’을 무시하고 추구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현금 살포식의 복지정책은 오히려 경제 불평등도를 높인다. 조국을 비롯한 현 정권의 핵심 세력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법칙을 무시한, 국가 주도의 의지주의적 경제 운영을 뜻한다.

끝으로, 귀족적인 폭력 노조와의 관계를 살펴보자. 문 정권은 전투적인 귀족 노조에 태생적인 부채를 안고 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시장실이 점거되고 경찰이 폭행당해도 속수무책이다. 생산성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아내는 금속노조의 지대추구 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을 용인하지 않고 대·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있는 유럽의 사민당 정권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을 예로 들어보자. 1931년에 오달렌에서 노조의 폭력시위가 일어나자 군인의 발포로 노동자 5명이 숨졌다. 사민당은 즉각 노조의 폭력화를 반대하고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장장 44년 동안 장기 집권의 기반을 이렇게 닦았던 것이다. 1957년에는 연대임금제를 입안, 수출 대기업 금속노조의 임금을 동결하고 중소기업 노조의 임금을 올렸다. 임금 격차가 거의 없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한 것이다.

조 장관은 19세기형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다. 그는 사회주의 폭력혁명도, 생산 수단의 사회화도, 귀족·전투 노조와의 연대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자의 혁명 대상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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