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국 사퇴” 교수 시국선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소속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1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정교모, 신문광고통해 공개키로

19일 전국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법무부 장관 교체를 요구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학생들까지 일제히 촛불집회에 나설 예정이어서 민의를 외면하는 정부에 대한 항거의 목소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국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은 “조 장관 임명으로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조국 대신 사회정의와 윤리를 세우며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조속히 임명하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수들의 수는 일부 네티즌의 ‘가짜 서명’을 걸러내고도 무려 3300명을 넘어섰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곧 신문광고 등을 통해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11월엔 전국 교수연구자 2234명이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으며 같은 해 12월 있었던 2차 시국선언엔 1000명 가까이 늘어난 3130명이 참여했다. 이번 정교모의 시국선언 서명자 수는 이를 모두 넘어선 규모다.

조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연 것은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 정치권으로부터 지식인 사회로 본격 확대됐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시국선언에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갈증과 갈망이 담겨 있다”며 “이를 진보·보수라는 낡은 틀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분석했다. 한 명예교수는 “진보 지식인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진보 개념이 시대적 조류와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며 “조 장관 문제를 계기로 지식인의 도덕적 능력과 실천적 문제의식 및 개입 방향에 대해 광범위한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사회에서 시국선언이 잦은 것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자체의 복원력이 작동하고 있는 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복원력이 나온 것이고, 이번에는 위선·책임 등에 대한 원칙이 무너졌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많은 교수가 나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교수 시국선언과 같은 시각 청와대 앞에선 조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단체 삭발식도 열렸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국민행동본부는 삭발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를 더 망치기 전에 조 장관은 퇴진해야 하며,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에는 400여 개 시민단체가 이름을 올렸다.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지식인들의 움직임이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은 19일 각 캠퍼스에서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3차례씩 촛불집회를 개최한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의 네 번째 촛불집회에 연세대가 합류한 모양새다. 조 장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3개 대학이 같은 날 촛불집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들 집회에는 재학생 외에 뜻을 함께하는 졸업생이 참여하고, 일부 교수는 발언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조재연·서종민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