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일본 최대 신사인 야스쿠니의 기념품 가게에 욱일기로 포장된 과자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작년 제주서 게양하려다 논란
상업 디자인에도 잇따라 사용
日 외무성이 나서서 홍보까지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상징하는 욱일기는 붉은색 태양과 그 주위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디자인화한 것으로, 일본 내에서 상업적인 용도로도 많이 사용됐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전범기(戰犯旗)’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선이 욱일기를 달고 우리나라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려다 입항 거부 논란이 일자 불참했다.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에 알려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일본항공,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등이 욱일기 디자인을 제품에 사용해 왔다. 일본항공의 경우 김포~하네다(羽田) 노선 기내식 일부 플라스틱 덮개에 해당 문양을 사용했고, 유니클로는 티셔츠 및 광고에, 아사히맥주는 캔맥주에 욱일기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일본 다이소에서는 욱일기를 형상화한 투표 상자 등도 판매하고 있다고 서 교수는 전했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욱일기를 우익의 상징처럼 여긴다.

욱일기의 심각성은 일부 민간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5월 홈페이지에 3페이지짜리 욱일기 안내서를 올리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외무성은 안내서를 통해 “욱일기는 일장기처럼 해를 상징하는 것으로, 오늘날 어부들이 풍어를 기원하거나 아이의 탄생을 축하할 때, 계절 축제 깃발 등으로 사용한다”며 전범기 논란을 부인했다. “비슷한 디자인은 북마케도니아, 베네수엘라 등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10~14일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도 욱일기를 고집했다. 우리 정부는 관함식에 참가하는 함선에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 달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비상식적이고 예의 없는 행위’라며 해상자위대 함선을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자위대 함선은 ‘2016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 때도 욱일기를 달고 제주기지에 들어와 논란이 됐다. 일본은 오는 10월 열리는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한국을 초청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방위성 간부는 내달 관함식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한국을) 초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욱일기 논란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가한 것과 관련해 “욱일기가 주변 국가들에 과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일본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본이 겸허한 태도로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관련 사항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