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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올해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가 더해진 것이다. 그동안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의 결과가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마이너스 방향으로 나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놓고 점검하는 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청년 고용 증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세금만 퍼부었을 뿐, 일자리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락 같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제한, 대기업의 주인 쫓아내기 등의 기업 흔들기가 그렇다.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도 추락 중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다. 8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었으며, 6월부터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또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6개월 평균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와 가동률지수(계절 조정)는 2017년 하반기에 각각 103.9와 98.2를 기록하고, 다소 부진했던 2018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103.7과 99로 반등했으나, 지난 상반기에는 101.7과 96.8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 감소와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 및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겹친 결과다.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 그런데 일본은 국제 분업을 통해 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는 나라다. 문제는 한·일 관계가 다시 불거진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파국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문제는 승부가 아니라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의 문제인데, 과거사 문제를 잘못 처리함으로써 경제적 파국을 초래하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도 기업 환경을 해쳐 한국 경제의 추락을 가속화할 것이다. 정부는 8개의 핵심 협약 중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규정한 제87호와 제98호의 비준과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업자·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노조 설립과 교섭 촉진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현행 2년)으로의 연장 등이 골자다. 재계가 요구해 온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부당노동행위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더 이상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 않은 노조 편향성이 두드러지는 개정안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기업 간 경쟁이지 ILO 협약이나 규제가 아니다. 미국은 핵심 협약 8개 중 제87호와 제98호가 아닌 2개만 비준했다. 그래도 미국의 노동자들은 잘 산다.

작금의 경제적 파국이 잘못된 정부 정책 탓임은 누차 지적해 왔다. 그렇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정말로 경제에 대한 무지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이제는 점점 더 분명해 보인다.

현 정부가 내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이런 것이라면 폐기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삶의 수준을 낮추는 길이기 때문이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오늘의 한국을 일궈낸 기성세대들은 이렇게 무너지는 한국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경험한 젊은 세대 역시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모든 정책을 시장경제를 창달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