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 시설인 아브까이끄와 쿠라이스 유전(油田)이 14일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 중단 사태에 빠졌다. 미·중에 이어 세계 3위 군사비 지출국 (지난해 676억 달러)인 사우디가 드론 테러에 심장부를 공격당한 셈이다. 사우디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미·중 경제 전쟁 등으로 침체 국면인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오일 쇼크까지 우려할 지경이 됐다. 사우디에서 원유 소비량의 29%를 수입하는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런 국제경제적 파장과 별개로 한국 안보에도 심각한 경종(警鐘)을 울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예멘 전문가 패널은 예멘 반군의 드론과 이란제 드론의 외형 및 성능이 동일하다고 판정한 바 있다. 북한-이란 불법 무기 커넥션을 고려할 때, 결코 사우디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란이 핵·미사일은 물론 주요 무기 개발에서 북한과 협력해온 나라라는 점에서 드론 개발에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드론이 한국 전역을 휘젓다시피 다닌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엔 백령도 및 경기 파주에서 추락해 존재가 확인됐고, 2016년엔 경북 성주 사드 기지를 촬영한 드론도 발견됐다. 지난 8월엔 1급 국가 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일대에도 괴(怪)드론이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해킹도 고도화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한국 국방장관실까지 해킹한 ‘안다리엘’이라는 북한 해킹그룹을 제재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경계 태세를 더 약화시켰다. 북한은 드론과 해킹 등을 동원해 ‘하이브리드 전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무방비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