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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나는 바람, 불어오는 바람／ 이 세상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아요／ 나는 구름, 흘러가는 구름／ 행복한 꿈을 가득 싣고 있지요／ 아하, 나는 바람／ 아하, 나는 구름’.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음악 열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갈등·방황하며, 거칠면서 슬픔이 짙게 밴 목소리로 절규하듯 노래한 싱어송라이터 김현식(1958∼1990)의 ‘나는 바람’ 시작 부분이다. 음악다방과 나이트클럽 무대 등을 전전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하던 그가 1978년 녹음까지 모두 마쳤으나 제작·발표는 1980년에 한 제1집 앨범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담았다. ‘사랑의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그가 작사·작곡·노래한 명곡은 이 밖에도 많다.

김현식을 본격적으로 널리 알린 제2집은 10곡 중 7곡을 그가 작사·작곡했다. 지금도 찾아 듣는 사람이 많은 ‘이제 와 생각하면 당신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찾아와／ 사랑은 기쁨보다 아픔인 것을／ 나에게 심어주었죠’ 하는 ‘사랑했어요’도 그중 하나다. ‘밤하늘에 별을 보고 아름답다 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저 별은 너무 외로워’ 하는 ‘변덕쟁이’ ‘맨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그대의 두 눈에 슬픈 빛을 봤어요／ 쓸쓸한 추억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대의 두 눈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등도 있다. ‘바람인 줄 알았는데／ 사랑인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눈이 부신 사랑이었어’ 하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는 양인자 시에 그가 곡을 붙였다.

작사·작곡 모두 다른 사람이 했지만, 그가 불렀기 때문에 불후의 명곡이 된 것으로 보이는 노래도 드물지 않다.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하는 오태호 작사·작곡의 ‘내 사랑 내 곁에’도 대표적이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하는 대목이 그의 묘비에 새겨진, 박성식 작사·작곡 ‘비처럼 음악처럼’도 그렇다. 요절했으나 ‘영원한 가객’인 김현식의 노래 27곡으로 꾸민 주크박스 형식의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초연된다. 그를 추억하며 가슴 뭉클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