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등록세 수입도 대폭 감소
쓸돈 없어 자체사업 추진 못해
부산 5000억·경남 2600억 등
내년 지방채 추가 발행 불가피

부산·울산시와 경남도가 정부의 2020년 513조5000억 원 슈퍼 예산 편성으로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지만, 정작 공약사업 등 자체사업을 위해 쓸 돈이 없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지방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비 매칭사업 예산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경남도는 16일 스마트 산업 육성 등 도지사 공약사업 등을 위해 내년에 2600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2020년 정부 예산안에 사상 최대인 국비 5조5300억 원이 반영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4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경남도의 세수로 부담해야 하는 복지사업 고정비와 국비 매칭 사업비가 덩달아 늘어 자체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 예산은 1500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남도의 국비 확보에 따른 매칭 예산은 2018년 6000억 원에서 2020년 1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올해 1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내년에도 공약 사업 등 자체 사업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국비 확보에 주력해 내년에도 올해(6조2686억 원)보다 10%가량 늘어난 6조8954억 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비하면 이미 9.8% 증가한 만큼 내년 국비가 확정되면 2년 연속 역대 가장 많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부산 일부 지역이 부동산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취득·등록세 등이 걷히지 않아 자체 사업을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계속 발행해야 할 처지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40% 한도 내에서 국채를 발행하는 만큼 지자체 사업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예산 대비 25%인 지방채 발행 한도 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도 내년 정부 예산안에 올해 예산(2조1551억 원)보다 15.9% 늘어난 2조4978억 원의 국비가 반영됐으나, 경기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로 자체 예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채 600억 원을 발행한 데 이어 내년에도 600억 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부사업 매칭비 등이 늘어나는 등 예산 소요처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세수는 갈수록 줄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박영수·부산=김기현·울산=곽시열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