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미국 해안경비대(USCG) 구조대원들이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 인근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의 상부로 오르고 있다. 왼쪽 위 사진은 이날 구조된 한국인 선원이 구조대원들 사이에서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골든레이호 한국인 4명 전원구조…‘긴박했던 41시간’

내부 화재로 구조작업 난항
사고발생 12시간만에 중단

35시간만에 ‘살아있다’ 확인
화재·안전팀 상황 점검하며
조금씩 선체절단끝 극적 구조

선원들 손들어 “Thank you”
美당국 사고원인 조사 본격화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에 갇혔던 한국인 선원 4명이 사고 발생 41시간 만인 9일 오후 6시(현지시간)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선박 전도 후 발생한 화재, 불안정한 선체 상황 등으로 골든레이호에 승선 중이던 24명 중 한국인 선원 4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며 걱정을 낳았으나 선원들이 보내온 생존 신호와 미 구조 당국의 신속한 대응조치로 낭보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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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미 해안경비대(USCG)와 외신 등에 따르면 골든레이호는 8일 오전 1시 40분쯤 현지 도선사에 의해 브런즈윅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이동하던 중 브런즈윅 항에서 12.6㎞ 떨어진 해상(수심 11ｍ)에서 선체가 좌현으로 크게 기울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USCG는 사고 20여 분 뒤인 오전 2시쯤 글린카운티 911 파견 대원을 통해 골든레이호 전도 사실을 통보받고 구조 인력을 투입했다. 골든레이호에 승선해 있던 24명 중 20명은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모두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하지만 기관실 쪽에 있던 나머지 한국인 1등·2등·3등 기관사와 실습 기관사 등 4명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USCG는 선원 4명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화재와 연기가 발생하고 선체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난 오후 1시 30분쯤 구조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USCG는 화재 진화와 선박 고정화 작업 후 선내 진입을 시도하기로 했지만 4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커졌다. 그러다 오후 6시 13분쯤 선박 안쪽에서 선원들이 선체를 두드려 생존 신호를 보내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생존 신호에 힘을 얻은 구조작업은 9일 날이 밝으면서 곧바로 재개됐다. USCG는 선박을 고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화학전문팀을 투입해 선박 화재 상황을 점검한 뒤 오전 7시부터 헬리콥터 등 구조인력을 차례로 현장에 투입했다. USCG는 오전 10시 54분쯤 트위터를 통해 “구조 요원들이 골든레이호 안에 있는 선원들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12시 47분 트위터에 “골든레이호의 나머지 승무원 4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USCG는 오후 3시쯤 선체절단작업을 통해 선미 쪽 프로펠러 샤프트 룸에 있던 선원 3명 중 2명을 구조했다. 다시 20분쯤 뒤 3번째 선원 구조작업에 성공했다. 오후 6시에는 엔지니어링 통제실 칸의 강화 유리 뒤쪽에 갇혀 있던 마지막 한국인 선원 1명이 구조됐다. 구조된 한국인 선원은 USCG 선박을 통해 항구로 이동 중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높이 들고 영어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했고. 구조대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임무 완수를 기뻐했다.

선원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날 소속 조사관 2명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기후가 안정된 상태여서 항구 밖으로 나가던 골든레이호와 수로 안쪽으로 들어오던 다른 선박이 근접했던 게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매체 브런즈윅 뉴스는 골든레이호를 지나쳐 입항한 선박이 에메랄드 에이스호라고 보도했다. 이 선박은 일본 선사 MOL(미쓰이OSK)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