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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중형+추징’ 명령에
구스만 “원주민에 돌아가길”
멕시코 대통령 “돌려받아야”
미국이 순순히 응할지 의문

미국에 수감 중인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사진)이 벌어들인 15조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놓고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5일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구스만의 변호인들은 전날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스만이 자신의 재산을 멕시코 정부로 이전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멕시코 범죄자나 범죄 용의자로부터 몰수한 것들이 모두 멕시코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 몰수 자산을 넘겨받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범죄 수익을 멕시코 국민에게 돌려주는 ‘로빈후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법원은 구스만에게 종신형에 30년형을 추가한 중형을 선고하고 마약 밀매 등으로 벌어들인 재산 126억 달러(약 15조 원)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변호인들에 따르면 구스만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이 돈을 멕시코 원주민 사회에 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구스만은 지난달 어머니와 자매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생각을 내놓았다. 구스만의 변호인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메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구스만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고 시인한 적은 없지만 미국 당국이 언급하고 있는 돈이 무엇이든 멕시코로 돌려보내고 그곳에 분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곤살레스 메사 변호사에 따르면 구스만은 “멕시코에서 마약 재배와 수확이 이뤄졌기 때문에 수익금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구스만으로부터 추징한 돈을 멕시코 정부에 호락호락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로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정부의 계획에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마약 및 폭력조직의 움직임 등은 미국에 대한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멕시코 마약 범죄자들이 미국에서 이익을 취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일명 ‘엘 차포’(El Chapo·땅딸보)로 불리는 구스만은 멕시코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며 마약 밀매와 살인교사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악명 높은 마약왕이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