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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2019년 5월
국내거래소 빗썸·유빗 공격
“WMD 개발 위한 새 자금줄”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북한의 10차례 해킹으로 총 864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1∼4월 국제사회가 허용한 연 50만 배럴을 초과하는 정제유를 공해상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확보했으며, 10만 병 이상의 보드카를 반입하려다가 압류당한 사실이 있다고 적시했다.

대북제재위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소 35차례에 걸쳐 사이버 해킹공격을 감행, 최대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북한 정찰총국(RGB) 산하 121국(해커부대) 등은 한 국가에서는 전체 자동현금입출금(ATM)을 관리하는 인프라 시스템에 악성코드를 심어 ‘5시간 이내, 최소 20개 국가에서’ 북한 관련 인사들에게 1만 차례 출금이 이뤄지도록 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암호화폐 해킹을 집중 시도했다. 2017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한국과 인도·슬로베니아·태국·싱가포르·홍콩·중국 등 6개국에 대해 15건의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 중 10건이 한국을 겨냥했다. 국내 업체 ‘빗썸’과 ‘유빗’ 등이 본 피해도 총 863억997만 원 상당으로 추정됐다. 2017년 12월 공격으로 총자산의 17%를 탈취당한 유빗은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2016년부터는 금융수익 창출로 전환됐다”면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을 위한 새로운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사치품 밀수입도 증가 추세라는 점이 이번 보고서에서 재확인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20일 벨라루스산 보드카 1만5600병(1696만 원 상당), 지난 2월 러시아산 보드카 9만 병(3250만 원 상당)을 밀수입하려다가 압류당했다고 적시했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제재위가 허용한 연 50만 배럴을 초과하는 정제유를 불법 환적을 통해 확보했으며, 올 들어 4개월간 최소 127차례에 걸쳐 총 93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달하는 석탄 93만t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불법 환적에는 심야 환적과 변칙항로, 해상배회, 서류조작 등 기존 방식뿐 아니라 새로운 제재회피 수법들이 동원되고 있다”며 “기항 통지(port call)를 피하기 위해 바지선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12월 22일 이후 러시아에는 북한 노동자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2397호)에서 2019년 말까지 모든 유엔 회원국은 자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