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의견서 제출하며 항의
먼저 韓배제한 건 “설명했다”

양국 접촉 늘었지만 ‘평행선’
기선제압 ‘잔펀치’ 주고받아

일본이 4일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데 대해 ‘보복 조치’라는 항의 입장을 또다시 공식 표명했다. 일단 일본이 추가적 조치 없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 등에 대한 양국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언제든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초 발표한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 측에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산성은 한국의 의견수렴 절차 기간에 제출한 질문서에는 “고시 개정 이유와 일본을 ‘가의 2’ 지역으로 분류한 이유 등을 묻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산성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한국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산성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기존의 원칙적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일단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일 양국은 비공식 채널을 통한 외교적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선 제압을 위한 ‘잔펀치’는 상대에게 계속 날리고 있다. 지난 2일 방한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전 관방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면담 결과가 대표적이다. 일본 언론은 이 총리가 가와무라 간사장에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동시에 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지만, 총리실은 이날 “일본 측이 취한 조치들을 원상회복하면 한국도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설명했을 뿐”이라면서 즉각 부인했다.

3일 귀국 직후 가와무라 간사장으로부터 방한 결과를 보고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징용을 둘러싼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며,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한국이 지켜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한·일은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에서 일본의 욱일기 사용 방침과 후쿠시마(福島)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 등에서도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3일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 자제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욱일기 사용 허용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