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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카니·오즈번 등 거론되지만
EU선 게오르기에바 단일 추대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 선출을 앞두고 영국 경제계 인사들이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이들의 선출 가능성은 낮다. 유럽연합(EU)이 “IMF 총재는 유럽 인사를 수장으로 뽑는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은 EU로 인정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예 “유럽 대륙 사람”이라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지난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으로 내정된 후 영국 언론들은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이 차기 IMF 총재로 유력하다는 보도를 잇달아 냈다. 그러자 이 같은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니 총재 이름이 거론됐을 때 프랑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니는 여권을 잘못 갖고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모두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인 카니 총재는 영국과 아일랜드 시민권자다. 슈테판 게를라흐 독일 괴테대 교수는 트위터에 오즈번 전 장관이 IMF 총재직을 노린다는 기사를 공유한 뒤 “브렉시트가 일어나기 전인 요즘 영국의 어떤 후보도 EU의 지지를 받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이 더 이상 EU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거라고 EU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은 결국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CEO를 단일 후보로 내세워 사실상 차기 총재로 확정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이 IMF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유럽 후보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확고한 합의에 도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IMF에 대한 유럽의 지배를 강화하는 인사를 선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IMF 이사회는 게오르기에바 CEO를 밀기 위해 연령제한 폐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IMF는 취임 시 총재의 나이가 만 65세 미만이어야 하고 70대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도록 규정했는데 게오르기에바 CEO가 만 66세이기 때문이다. 189개 IMF 회원국을 대표하는 24명의 이사로 구성된 집행이사회에서 지분율에 비례한 투표권에 따라 50%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총재로 선출된다. 투표권이 유럽에 과다하게 배정됨에 따라 IMF 총재직은 이제까지 유럽 출신이 독차지해왔다. 여기에 WB 총재가 미국 출신, IMF 수장이 유럽 출신이어야 한다는 오랜 신사협정도 대대로 유럽인의 IMF 총재 임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