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이더컵 유럽 대표팀 선수와 캡틴까지 지냈던 왕년의 스타 샘 토런스(스코틀랜드)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골프를 더는 사랑할 수 없다”며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놓는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1970∼1990년대 후반까지 유럽에서 21승을 올린 스타로 1995년까지 라이더컵 8회 연속 출전, 2002년 캡틴으로 나서 유럽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토런스는 “내가 예전과 비교했을 때 평범하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럽 시니어투어 활동을 지난해부터 중단했습니다. 자신의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3∼4년 동안 대회 누적 타수가 200오버파를 넘었고 최고 성적은 35위에 불과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대회 출전 대신 문제점을 찾았지만 포기했습니다. 잡으려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토런스는 더는 골프를 치지 않지만, 앞으로 골프 해설가로 활동할 것이라고 합니다.

무명에 가까운 호주 출신의 캐머런 퍼시는 4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9∼2020시즌 풀시드를 확보했습니다. 퍼시는 지난 25일 끝난 2부투어(코른페리 투어) 앨버트슨 보이즈 오픈에서 11위에 올라 2010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PGA투어 시드를 얻게 됐죠. 미국으로 건너온 지 20년이 넘었고 지금까지 PGA 1, 2부 투어를 합쳐 37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2부 투어에서 딱 한 번 우승했습니다.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 US오픈, PGA챔피언십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고 브리티시오픈에만 두 차례 출전해 모두 컷 탈락한 그저 그런 선수입니다. 그는 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2010년 PGA투어에 처음 진출했던 그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 4라운드를 공동선두로 마쳐 생애 첫 우승기회를 잡았지만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조너선 비어드(미국)가 홀인원을 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습니다. 이후 시드를 잃은 후 2부로 다시 내려갔고 9년 동안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손목 골절 부상으로 선수생활 마감 위기에 빠졌고 한동안 골프채를 잡지 못했습니다. 골퍼로서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자녀 셋을 둔 그는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두 달 만에 기적처럼 복귀할 수 있었고 꿈에 그리던 PGA투어 재입성에 성공했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골프클럽은 14개만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가진 클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15번째 클럽’은 바로 골프에 대한 열정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이 클럽이야말로 골프 수준을 높이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런 열정의 차이로 토런스는 골프를 더는 치지 않겠다고 했고, 퍼시는 골프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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