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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

요즘 TV, 신문, 포털사이트에서 매일 쏟아내는 뉴스를 보고 있자면 머리가 지근거린다. 사실 늘 그래 왔긴 하지만, 특히 요즘은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말들을 각종 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소통’이라고 말한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서로 이기기 위해 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고 메시지를 토해 낸다.

특히, 디지털시대의 대표적인 양방향 소통 채널이라 불리는 사회관계망(SNS)은 그 정도가 심하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노출이 되고, 자극적인 표현들이 이슈가 돼 온라인 곳곳 깊숙한 곳까지 떠돌게 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의지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만 ‘소통’이란 의미에 부합한다. 그렇기에 일방향 메시지 전달은 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 흔히 말하는 ‘소통’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지 의심스럽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통 ‘행위’는 간단해지고, ‘활동’은 활발해졌다. 그러나 ‘진짜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온전히 상대방과 뜻이 통하게 된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일 수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상대방을 불신하고 멀어져만 가는 사회에서 ‘진짜 소통’은 최고난도의 문제가 돼 버렸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통의 ‘기본’이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대면 대화다. 하지만 이 좋은 소통 방법도 즉흥적·즉각적이어서 다듬어지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소통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편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편지’는 직접 대화나 전화 통화, SNS 메시지보다 느리고 시간의 격차가 있으며, 동시적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대면 대화 다음으로 가장 좋은 소통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손편지에는 진정성과 신중함이 있고 또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쓰는 행위와 손글씨에서 느낄 수 있는 표현의 진정성,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다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 마침표 하나까지 신경 쓰는 신중함, 그렇게 쓴 편지지를 봉투에 넣어 우편함에 넣고 답장을 받을 때까지의 설렘의 시간이 ‘편지’에 녹아 있다. 편지는 대화의 한 방법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리고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확산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도구인 것이다.

그러한 편지의 힘을 빌려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POSA)에서는 오는 9월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진행한다. ‘대한민국, 편지로 하나 되다’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모전은, 양극화가 심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편지를 쓰며 나와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과기정통부 장관상 등 모두 46개의 상이 준비돼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최대 1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려운 요즘, 공모전에 참여해 편지로 나를 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 보면 어떨까? 나와 네가 아닌 ‘우리’가 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