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위, 보 철거 위한 ‘정부 거수기’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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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근거법률인 물관리기본법
위원 위촉조건 ‘독소조항’ 논란
이재오 보 해체 저지연합 대표
“불투명하고 모호한 인사기준
친정부인사 다수 위촉 가능성”

출범을 앞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근거 법률인 물관리기본법에 현 정부 정책에 맞는 인사를 민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16개 보(洑) 철거·개방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다. 이 때문에 국가 물 분야 현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거수기’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오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국민연합) 대표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구성 등을 다룬 물관리기본법 제3항 3호 라목 ‘그 밖에 사회적 신망이 높고 물관리 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위험한 독소조항”이라고 밝혔다. 국민연합은 4대강 보 철거 저지를 위해 정치·종교·사회계 인사 1200여 명이 참가 중인 연합체다. 이 대표는 특히 “사회적 신망이 높은지, 물관리 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지는 정량적으로 명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불투명하다”면서 “결국 해당 법률에 따라 현 정부 정책과 뜻이 맞는 인사를 입맛대로 취사선택해 위촉할 수 있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물관리기본법 제3항 3호는 4개 목으로 구성돼 있다. 라목과 달리 가∼다 3개 목은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물관리 분야의 부교수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 △물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법관, 검사 또는 변호사로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 등 명확한 위촉 조건을 담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은 설치 근거 법률인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대통령이 위촉하며 국무총리와 민간 위원 중 1명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고, 이 둘을 포함해 모두 30∼50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환경부 등 7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등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며, 나머지 위원은 민간에서 위촉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미 정부 인사로 채워져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기준 없는 인사를 민간 위원에 추가 위촉할 수 있는 악법”이라면서 “범국민연합 차원에서 향후 위원 위촉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환경부는 ‘4대강 재자연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4대강 16개 보 중 13개를 개방하고, 지난 2월에는 금강·영산강의 3개 보 철거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유역 관계 시·도지사와 물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이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