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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말과 처신 달라도 무조건 감싸
합리적 비판 ‘가짜 뉴스’ 매도
‘허위 논문 저자’ 대표적 사례

허무맹랑한 사이비 종교 행태
문 대통령 취임사 우롱에 해당
‘철저한 실패 정부’는 안 돼야

‘의혹의 화수분’ 오명까지 듣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비호(庇護)와 떠받들기가 지나치다 못해 사이비 종교까지 떠올리게 하고 있다. 말과 처신이 거꾸로였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 ‘위선(僞善) 끝판왕’ ‘조로남불’ ‘조국의 조국(祖國) 조국화(弔國化)’ 등의 비판이 확산·증폭하면서, 절망·분노한 대학생들이 촛불 시위에 나서기에 이르렀으나, 그 원인엔 눈을 감는다. 근거가 분명한 합리적 지적도 ‘가짜 뉴스’라고 앞다퉈 매도한다. ‘위선의 상징 조국’에 대한 우상숭배(偶像崇拜) 수준이다. 허무맹랑한 언행의 교주를 무조건 섬기는 사이비 종교를 연상하게도 하는 행태다.

조 후보자 딸이 한영외고 1학년 때의 단 2주 인턴 활동으로 제1 저자 이름을 올린 ‘논문 허위 저자’ 두둔이 대표적 예다. 조 후보자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앞서 졸업한 고려대의 2010년 생명과학대 생태환경과학부 수시전형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합격의 한 요인이었다. 기여했다는 병리학 논문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은 지도교수도 뒤늦게나마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불법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해당 논문이 2009년 대한병리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당시 학회 이사장이던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는 “심각한 부정이다. 부모에게 간접 선물한 게 아닌가. ‘선물 저자’로 확인되면 논문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친문(親文)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논문 아닌 에세이 보고서’라며 ‘제1 저자는 당연히 조 후보자 딸’이라는, 소도 웃을 궤변으로 정당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조 후보자도 25일 위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모습을 거듭 연출했다. 입장문을 통해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면서 “문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미안하게 됐으나, 위법(違法)은 아니어서 법무부 장관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딸이 등재 논문 덕분에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 뉴스”라던 21일 주장의 연장선이다.

그런 조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근거도 효력도 없는 ‘국민 청문회’를 추진한다. 조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을 듣는 ‘1일 청문회’로 넘어가려던 것이 자유한국당의 ‘3일 청문회’ 요구로 어려워지자 ‘우회·꼼수 쇼’를 동원하겠다는 식이다. 심지어 어느 여당 의원은 조 후보자 일가의 ‘위장 매매’ 의혹을 감싸다 못해 “그 이야기를 듣는데 좀 찡하더라”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재산보다 부채 규모가 더 크다는 웅동학원, 불법 혐의로 고발돼 수사가 불가피한 사모펀드 등의 ‘사회 환원’을 23일 느닷없이 밝혀 ‘비난 여론 무마용’ 지적과 함께 ‘돈으로 장관직을 사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자초했지만, 문 정권 귀엔 이마저도 미담(美談)으로 들렸다.

문 대통령부터 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알려진 조 후보자의 위선뿐 아니라, 당·청의 그런 행태도 문 대통령 취임사 우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대목은 이렇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 차기 대통령이 문 정권을 돌아보며 이름만 바꿔 그대로 반복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해 ‘적폐청산과 개혁의 아이콘’으로 삼아온 사실도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러긴커녕 ‘차라리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게 좋겠다’는, 문 정부가 철저하게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회 일각의 저주(詛呪)대로 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는 것은 그러잖아도 문 정부의 남은 임기가 너무 길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아지는 현상의 급가속을 재촉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