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 에이스 김광현은 올해 릴리스포인트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 전인 2016년보다 5㎝ 이상 높였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구속이 빨라졌다. 김광현의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147㎞, 최고는 153㎞다. 연합뉴스

SK 김광현 ‘제2 전성기 비결’

데뷔후 승승장구하던 간판스타
팔꿈치 부상·수술뒤 변화 꾀해
뉘어져 있던 폼은 곧게 세우고
손은 머리와 가깝게 붙여 투구

예전보다 최고·평균구속 상승
투심·커브 활용 구종도 다변화
올 15승·평균자책 2.34 위력

김광현(31)이 ‘5㎝’ 더 자랐다.

SK의 왼손투수이자 에이스 김광현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24번째 등판했고, 이 중 퀄리티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은 19번이나 된다. 22일까지 15승 3패로 다승 2위. 평균자책점 2.34로 3위, 승률 0.833으로 2위, 탈삼진 145개로 2위. ‘토종’으론 최고의 성적이다.

2016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아 2017시즌을 통째로 건너뛰었고 지난해 복귀, 11승 8패에 평균자책점 2.88을 거뒀으며 올해는 구위가 더욱 강해졌다.

비결은 공이 손에서 빠져나오는 릴리스포인트.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PTS(투구추적시스템)에 따르면 김광현의 올해 직구 릴리스포인트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 전 166.88㎝에서 172.24㎝로 높아졌다.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는 168.33㎝에서 174.07㎝로, 커브는 177.65㎝에서 185.44㎝, 투심패스트볼은 169.98㎝에서 175.48㎝ 등 모두 5㎝ 이상 높아졌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지면 던지는 공에 힘을 더 실을 수 있어 스피드가 향상된다.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이 포수를 향해 날아오는 각도는 넓어진다. 투수에겐 유리하고, 타자에겐 불리하게 되는 셈.

손혁 SK 투수 코치는 “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져 3㎝ 정도 높은 곳에서 공을 던지게 되면 구속이 3㎞ 빨라진다”면서 “또한 아래위 각도가 넓어지면서 제구는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의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147㎞, 최고는 153㎞다. 그리고 김광현의 릴리스포인트는 머리에서 37.14㎝ 떨어졌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 전엔 45.34㎝였다. 8.2㎝를 좁혔다. 손 코치는 “릴리스포인트가 머리에 가깝다는 건 ‘오버 피칭’이 없어졌다는 뜻”이라면서 “공을 던지기 위한 팔, 어깨의 회전이 더 깔끔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릴리스포인트를 높이는 동시에서 투구 패턴 변화도 꾀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구사비율을 줄이고 투심패스트볼과 커브의 활용도를 높였다. 지난해 김광현은 전체 투구 중 직구를 44% 던졌지만, 올해는 39%로 줄였고, 슬라이더는 40%에서 37%로 낮췄다. 반면 투심패스트볼은 지난해 8%에서 15%로 늘렸고, 커브는 8%에서 9%로 약간 끌어올렸다. 김광현의 투심패스트볼과 커브는 공략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김광현의 올해 투심패스트볼 피장타율은 0.303으로 지난해 0.404보다 크게 낮아졌다. 커브 피안타율 역시 지난해 0.263에서 0.169로 떨어졌다.

김광현은 그동안 직구와 슬라이더를 고집하는 ‘투 피치 투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피칭 메뉴를 업그레이드해왔다. 지금은 오른손 타자 안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를 고속과 저속으로 구분해 던질 수 있으며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돌아나가는 투심패스트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까지 좌-우-종으로 움직이는 ‘변화구 3종 세트’를 갖췄다.

김광현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손 코치는 “김광현의 3, 4번째 구종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구종 개발단계는 현재 50% 정도인데, 80% 이상까지 끌어올리면 더욱 훌륭한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김광현은 부상의 공포를 완전히 떨쳐냈고, 한층 진화했다. 김광현은 “예전엔 다이내믹한 투구폼으로 주목받았지만, 수술 후 많이 얌전해졌다”면서 “투구폼을 손보면서 구속이 확실히 올랐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15승이지만 개인 최다승(2010년 17승) 경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우선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짓고, 그다음에 개인 성적을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