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심승현 대표가 지난 18일 인천 서구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 유럽코스 10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고 있다.

심승현 TW코리아㈜ 대표

벙커·러프 자주 들어가도 허허!
성적보다 동반자와 이야기꽃
내기 안하면 배려심도 깊어져
‘성의 없는 플레이’ 오해 받기도

2010년 입문 구력 10년도 안돼
스윙 커 비거리 230m 장타자
라이프 베스트 79타 2차례 기록
캐디백 비밀병기는 2번 아이언

심승현(49) TW코리아㈜ 대표는 ‘명랑골프’ 신봉자였다. 지난 18일 인천 서구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에서 심 대표를 만났다. 심 대표는 사업가 경력 3년 차에다 골프 구력이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여유가 배어 나왔다. 심 대표의 스윙은 컸고 비거리 230m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다. 하지만 홀을 거듭할수록 그가 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빈도가 늘어났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성의 없는 플레이를 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유가 있었다. 심 대표는 쉼 없이 동반자들과 얘기를 주고받는다. 벙커나 러프를 자주 들락거렸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항상 웃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는 “내기를 안 하면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이 깊어지고, 라운드 내내 눈살 찌푸릴 일 하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골프를 치는 세 가지 목적이 있는데 좋은 공기 마시며 잔디밭을 걷고, 좋은 사람과 대화하고, 맛난 것 먹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는 누구와 같이 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는 심 대표는 “동반자 구성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심 대표는 명랑골프를 주도한다. 그 탓에 보기와 더블보기를 여럿 기록할 때도 잦아 타수가 80대나 90대로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늘 버디 한두 개 정도는 기록하고 돌아간다. 그는 “라운드할 때면 스스로 한두 번은 엄격해지려고 전·후반 버디 한 개씩을 잡자는 목표를 세운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언 샷이 운 좋게 공을 핀에 붙였거나, 간혹 먼 거리 퍼트가 들어갈 때 버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골프 역시 삶처럼 기회가 올 때마다 잡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집중력만 발휘하면 한두 번은 성공할 수 있기에 이런 목표를 세웠던 것.

심 대표는 삼성카드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6월 독립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 인근 사옥에서 TW코리아㈜를 출범했다. 엄밀히 말하면 심 대표는 주로 여행과 웨딩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카드사의 VVIP 고객을 위한 맞춤 여행 서비스 위주. 결혼식 대행사업은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의 웨딩 플래너 사업 상담을 통해 결혼준비과정을 무료로 진행한다. 제휴 업체 120여 개를 보유하고 있고, 수수료 없이 안내만 해준다. 연간 600쌍, 전체 1500쌍의 웨딩 컨설팅을 해왔다. 웨딩 부문만 업계 ‘톱3’로 성장했다. 출범 3년째를 맞지만 벌써 심 대표가 월급을 주는 직원이 30명으로 늘었고, 여행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도 40여 명이나 된다.

심 대표는 2010년 골프를 시작했다. 카드사 팀장 근무 시절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총괄하면서 골프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골프를 직접 친 것은 몇 년 뒤였다. 사업을 하던 부친이 아들에게도 골프를 권했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미뤘다. 하지만 식사나 술자리에서만 만나오던 클라이언트들이 심 대표에게 골프나 한번 치자고 성화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 대표에게 골프장과 시간, 날짜까지 잡아 통보했다. 심 대표는 “차마 (골프를) 못 친다는 소리가 나오질 않아 부랴부랴 골프를 몰래 배웠다”고 말했다. 급한 대로 부친이 사용한 뒤 창고에 처박아두던 ‘고물’ 클럽을 들고 연습장을 다녔다. 소식을 들은 부친이 풀세트를 사서 아들에게 줬다. 심 대표는 연습장에서 딱 1주일 친 뒤 첫 라운드를 나갔다. 심 대표는 꾸준히 배우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2∼3년을 슬라이스로 고생했다. 그러다가 회사 임원이 심 대표를 포함, 20여 명을 초대해 골프를 치면서 이왕 시작한 것 잘 해야겠다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심 대표가 갖고 다니는 ‘비밀병기’ 2번 아이언에 대한 애정은 넘친다. 부친이 오래전 사용하던 것을 물려받았다. 연습장에 처음 나갈 때부터 쳤던 클럽이라 손에 익어 지금도 자주 애용한다. 파 5홀에서는 우드 대신 2번 아이언을 꺼내 들 때도 많고, 컨디션이 나쁠 때면 드라이버 대용으로 사용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쯤 지났을 무렵 뜻하지 않는 부상을 경험하면서부터 우드 대신 2번 아이언을 애용하는 편. 한 번은 라운드가 끝나가던 16번 홀 내리막 경사에서 3번 우드를 치면서 헛스윙에 가까운 토핑이 났다. 실수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라운드 후 샤워 도중 옆구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다. 갈비뼈에 금이 갔던 것. 이후 한동안 골프채를 잡을 수 없었다.

심 대표에게 베스트 스코어를 물었더니 “79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것도 배운 지 5년이 지나 경기 양평의 더 스타휴 골프장에서 처음 기록했다. 이후 1년이 안 돼 경기 용인 에버랜드 내 9홀짜리 글랜로스골프장을 두 번 돌면서도 같은 타수를 작성했다. 심 대표는 앞서 친한 선배들과 경기 안성의 골프존 카운티 안성에서 81타를 치고도 싱글 패를 받았다. 선배들이 “한턱내라”는 성화에 못 이긴 척 ‘싱글 대우’를 받기도 했다.

심 대표는 사업 초창기 한때 너무 바빠 골프장에 갈 시간이 없어 스크린 골프를 즐겼지만, 최근엔 마음이 바뀌었다. 시간은 핑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차라리 야간 골프 9홀을 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업무가 비교적 적은 주중 오후 직원들과 함께 근처 퍼블릭을 돌고 온다. 심 대표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부지런해졌다. 교통체증도 피하고 건강도 챙기려는 마음에서 경기 성남 분당의 집에서 주로 새벽에 회사로 출근해 근처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타고, 늘 아이언 클럽 2개로 연습한다. 심 대표는 골프가 생활 패턴을 달라지게 하고, 자연스레 체중도 10㎏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