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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올해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지 30주년을 맞았다.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국민의 든든한 의료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한 국민건강보험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돌아볼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건강보험 제도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 법안이 2017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오랫동안 논쟁만 되풀이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시행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그해 8월에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목적은 보험료 부담은 더욱 형평하게 나누고, 보험급여 혜택은 필요할 때 더 두텁게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지향하는, 형평성 있는 부담 원칙은 ‘적정한 부담 능력이 있는 곳에 적정한 부과’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1단계 부과체계 개편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낮추고, 충분한 소득과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서 보험료를 내지 않던 경우에는 부담 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했다. 또한, 소득파악률을 점차 개선해 연 2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있는 가입자 등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형평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렇게 국민이 모두 형평 하게 나눈 부담은, 어려운 위험에 처한 국민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은 아프지 않더라도 미래의 나와 가족이 의료 안전망이라는 테두리에서 두껍게 보호받고, 내 이웃도 지나치게 많은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그동안 누적된 적립금 약 20조 원의 절반가량을 활용하는 한편,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늘리고, 보험료율 인상률도 지난 10년간의 평균 수준인 3.2% 범위 안에서 인상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재정 분담을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두 가지 개편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어, 일각에선 보장성 강화 혜택을 늘리기 위해 건강보험료 부담을 지나치게 지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는 두 축으로, 각각 합리적 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무엇보다, 부과체계 개편은 보장성 강화 대책에 앞서 형평 부담 실현을 목적으로 2017년 3월 국회에서 결정됐으며, 보장 혜택을 늘리기 위한 재정 조달 수단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소득이 아닌 성·연령·재산·자동차 등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없애거나 낮추고, ‘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높여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료 부담이 더욱 형평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부담이 낮아지는 사람과 높아지는 사람이 모두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담이 낮아지는 계층이 훨씬 많으므로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수입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도 부과체계 개편은 공적 보험으로서 구성원 간의 형평한 부담에 기초한 사회보험 연대의 원리와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다. 전 국민의 기여로 이뤄진 건강보험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신뢰가 더욱 굳게 쌓일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