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직 기강이 해이해지다 못해 경찰조차 나사가 빠져 ‘무(無)개념’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자수하겠다며 찾아온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다른 경찰서로 가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 당직 경찰관과 의경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토막 낸 시신의 몸통을 한강에 유기한 엽기적 사건으로 국민이 치안을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제 발로 경찰청을 찾은 살인범(犯)마저 도피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돌려보낸 것은 과연 경찰이 맞는지부터 묻게 한다.

기본이나마 갖춘 경찰이라면 범인이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안내실을 찾아 “자수하고 싶다”고 했을 때 “뭘 했길래 자수하러 왔느냐”며 남의 말하듯 하진 않았을 것이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자수는 관할 지역이 아니라도 반드시 접수해야 한다. 부득이 다른 경찰서로 인계하더라도 ‘피의자 인도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긴커녕 당직 경찰관은 “강력사건 형사에게 말하겠다”는 범인에게 “가까운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범인이 택시를 타고 종로서에 가서 자수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잖았으면 어떻게 됐겠는가. 흉악범이 잡히지 않아 시민 공포는 커졌을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안내실 당직 근무 매뉴얼에 자수하러 온 민원인 원스톱 처리 규정이 없다”고 둘러댈 일이 아니다. 그런 무책임한 자세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말도 공허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경찰청 차원에서 지휘 책임도 철저하게 물으면서 기강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