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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북한이 한국보다 앞선 것 중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제외하면 단연 욕설일 것이다. 북한의 표준말을 ‘문화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정부 기관이나 선전 매체를 통해 쏟아내는 대남 비방용 욕설은 공식적 논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자’라고는 했지만,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겨냥, “아랫사람이 써준 것을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앞서 권정근 외무성 국장은 “똥을 꽃 보자기에”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댄다”고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북한 욕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노동신문의 표현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천하의 파렴치한 사기 협잡꾼” “덫에 갇힌 쥐 신세”라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특등범죄자” “감옥행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추태” 등으로 표현했다. 내부 군 교양자료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남조선 인민들에게 쫓겨나 해외에서 뒈진 늙다리 괴뢰 역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괴뢰 역도”, 그리고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인숙을 운영하며 오가는 사람들의 봇짐과 부스러기 돈을 떨어내는 간상배 출신”이라고 했다. 김정일 시대만 해도 최고지도자를 만난 남측 인사에 대해선 비난을 자제해 왔지만, 김정은 시대엔 예외가 없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박지원 의원이 최근 미사일 발사를 비판한 데 대해 “마치 자기가 6·15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나 되는 것처럼 주제넘게 자칭하는 박지원이 이번에도 설태 낀 혓바닥을 마구 놀려대며 구린내를 풍기었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북한이 이렇게 욕설을 공개적으로 많이 하게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라고 한다. 대남·대미 적개심을 높이기 위해 선전 매체 기자와 작가들이 앞다퉈 만들어 냈고, 당이 ‘창조적인 욕설’에 대해선 상까지 주며 독려해 왔다. 실제 탈북민들에 따르면 욕설의 80%는 노동신문이나 공식 매체에 버젓이 실린 것을 통해 배운다고 할 정도다. 이 욕설이 김여정의 ‘선전선동부’ 작품이라니 기가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