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7~8월 한 달간 박원순 서울시장이 거주했던 강북구 삼양동의 옥탑방 근처 쉼터 공사가 지난 13일까지 진행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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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여름 한 달 동안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서민 주거지역 한가운데로 직접 찾아가 애환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1년이 흐른 뒤인 지난 18일 취재진이 다시 찾은 옥탑방 동네는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한 달 동안 박 시장의 이웃이었던 주민들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이 삼양동 생활을 마무리하며 내놓은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의 골자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골목마다 사회간접자본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머물던 옥탑방 인근 주민 김모(여·82) 씨는 “바뀐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근 노후 주택을 헐어 쉼터로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지만, 집을 허물기만 한 채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태였다. 김 씨는 “공사가 진척되지 않아 동네가 이빨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60∼80대 고령자가 대다수인 이 동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시설이나 정책적 지원이 아니었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기 쉽게 고쳐달라는 사소한 것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 시장님에게 길을 고쳐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이모(여·71) 씨도 “겨울에 빙판이 되면 주민들이 넘어지기 쉬운데, 길 주인이 따로 있어서 나라에서 고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며 “길을 고칠 수 없다면 난간이나 손잡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한 도시조경 전문가는 “주민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그 방향에 따라 도시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도시재생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업적으로 남을 수십 개의 사업보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 가지의 변화가 삼양동 주민들에겐 더 절실해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양동과 강북구에 총 67개 사업 중 28개를 완료했고, 12개는 추가로 연내 완료될 예정”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주민들이 단기간에 체감하기는 어렵겠지만, 약속된 사업은 차질없이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조재연 사회부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