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원율 올리려면 정원 줄여야
교육부의 ‘자발적 감축’ 유도
대학간 학생수 ‘치킨게임’ 우려

정부가 재정지원 대학 선정 시 ‘학생 충원율’ 반영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9월 수시모집을 앞두고 신입생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에 ‘초비상’이 걸렸다. 그동안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대학의 자발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지만,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과 직결된 학생 수를 줄이기보단 ‘치킨 게임’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교육부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에 따르면 평가 항목 중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정원 대비 신입생·재학생 수) 배점이 기존 ‘75점 만점 중 10점(13.3%)’에서 ‘100점 만점 중 20점(20%)’으로 상향된다. 또 ‘유지 충원율’이란 지표가 신설돼,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더라도 이후 3년간 학생 충원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만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방대다. 신입생 미달과 학생 이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당장 분모 격인 전체 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높이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못 받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100%를 밑돈 대학은 164곳(제2·3캠퍼스 제외)이며, 이 중 서울 소재 대학은 35곳에 불과하다. 한 지방대 교수는 “수도권에 비해 고등학생 수가 적은 데다 지역 경제 악화로 일자리도 줄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학생들도 많다. 파이는 정해져 있고 결국 인근 대학들끼리 피 튀기는 신입생 모집 전쟁을 해야 한다”며 “정원을 줄이라고는 하지만 등록금 수입이 줄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탓에 교육부는 지방대 배려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평가 지표 만점 기준이나 선정 대학 비율을 지역별로 분리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맞춤형 재정지원 사업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한 대학 관계자는 “지역별 수요에 맞게 특성화하겠다는 건 좋은데 취업률이 높은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순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부실 대학에 ‘칼’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기초학문 분야, 전문대는 직업교육 분야 식으로 역할이 분담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업의 예산을 큰 규모로 편성해 내년부터 시범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실 대학들 스스로 구조조정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핵심이 구조조정이라면, 일정 기간은 정원 감축에 따른 결손을 보전해 주는 등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정원이 100명이고 학생이 80명인 대학이라고 한다면, 충원율에 맞게 정원을 80명으로 줄이라는 건데, 결과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숫자 말고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가 총대를 메고 충원율 100%인 대학까지 포함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책임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