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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에 대한 정제된 비판을 넘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까지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이후 정치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일 자극적으로 ‘일본 때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의견을 내놨다. 그는 “세계 각국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치인과 지자체가 스스로 일본인 관광객을 내쫓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청은 지역 내 주요 도로 가로등에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 재팬(NO JAPAN)’ 배너 깃발을 내걸었다가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결국 뜻을 접었다. 정치권에서도 ‘도쿄(東京)를 포함해 (여행금지구역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처럼 날 선 발언이 나오고 한·일 관계 경색이 계속되면서 관광·체육 분야 민간 교류마저 위축될 조짐이 보인다. 서울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도쿄에서 열리는 ‘2019 도쿄 아시아주니어 스포츠 교류대회’에 우리 선수단의 불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관광·숙박·항공업계와 자영업자들도 벌써부터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피해를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서울시 한 공무원도 우려를 표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어가야 할 정치권과 관(官)이 앞장서서 반일 감정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반일 운동 목표가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라는 점을 강조하며 냉정함을 촉구하는 우리 시민과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라는 해시태그(#)로 목소리를 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일본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되묻고 싶다.

최준영 전국부 기자 cjy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