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혁 駐美대사 지명

6자회담 대표… 북핵에도 정통
“한미관계 야전사령관으로 부임”

문재인 대통령이 이수혁(70)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미 한국대사로 지명한 것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서의 전문성과 여당 의원으로서의 국정 경험까지 두루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을 미국 워싱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임자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조윤제 주미대사의 후임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내정했다가 문 특보가 막판에 고사하면서 이 의원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 교체에는 지난 5월 주미 대사관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된 사건이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북 대화가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한·미 동맹에도 경고음이 커지면서 워싱턴을 무대로 더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할 필요성도 이 의원 지명의 배경으로 관측된다.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 대사와는 달리 이 지명자는 정통 외교부 관료 출신으로 북핵 문제에 정통하다. 이 지명자는 2003년 초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다. 또 이 지명자는 양자 관계를 책임지는 외교부 차관보를 지내 한·미 동맹 현안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데다,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과 국가정보원 1차장을 역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워싱턴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명자도 이날 주미 대사에 지명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미 관계에 야전사령관으로 부임한다”며 “외교 최전방에 서서 최대한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지명자는 “워싱턴 정무참사관으로 근무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북핵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고 오히려 악화돼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청와대가 외곽에서 남북 경협·교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정세현(74) 전 통일부 장관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지명한 것도 집권 하반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대외에 효과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 중 한 명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강하게 주문해온 인사여서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이번 개각에서 주미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안보 라인을 유임한 데 대한 외교가의 우려도 적지 않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협상 거부, 한·일 갈등과 중·러의 군사 위협 등 전방위적 대외 불안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청와대가 현 상황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