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賞 마채영

엄마, 아빠, 할머니! 어버이날 소소하게 드린 안개꽃 꽃다발과 편지 두 장,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어요. 흐뭇하게 웃으시던 아빠, 조용히 편지만 읽으시던 엄마, 그리고 웃고, 우셨던 할머니. 너무 소박했던 선물에 조금 죄송하네요. 그래서 이 편지에 제 마음을 적으려 해요.

엄마, 아빠는 제 ‘바람’입니다. 할머니는 ‘종이비행기’입니다. 저는 종이비행기 위에서 미래를 꿈꾸는 소녀예요. 할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많은 기억을 차지하는 분이에요. 엄마, 아빠가 바빠서 위층에 사시던 할머니가 유치원 통학도 도와주시고, 놀이터에 친구들과 놀러 가면 항상 벤치에 앉아 제게 다 놀고 집에 갈 때까지 저를 지켜봐 주셨어요.

제가 15세가 된 지금도, 속이 갑갑할 때, 부모님과 싸웠을 때면 할머니에게 찾아가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안개꽃이 생각나 이번 어버이날을 기념해 선물해 보았어요. 저에게 할머니는 제가 날아갈 수 있게, 또 날아가면서 사고가 나거나 흔들려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저의 운전대가 돼 저를 안정시키고 제대로 날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볍지만, 따뜻한 종이비행기입니다.

종이비행기는 바람이 필요해요. 이제 저의 바람인 엄마, 아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부모님, 어렸을 적 부모님과의 기억보다 할머니와의 기억이 더 컸던 건 엄마, 아빠가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유달리 외로움을 많이 타서 초등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죠. 이때 엄마, 아빠가 그런 저를 알아채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엄마가 따끔히 저에게 의사표현을 하라고 화를 내기도 하셨지만, 나중에는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며 우셨을 때 저는 너무 속상했어요. 이 때문일까요? 저는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반 친구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며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엄마가 말씀해주신 “주위 사람에게 묻어가지 말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라”는 한마디가 저에게 큰 용기의 불씨가 된 것 같아요.

저는 매일 아빠와 오징어를 먹으며 9시 뉴스를 보는데요. 아빠의 권유로 가족 다 같이 간 촛불집회에서 저는 처음으로 정의감을 느꼈어요. 다 같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사람들의 연설을 듣고 거리를 걸으며 저는 ‘정의’라는 것에 대해 실감했어요. 그 후로 뉴스를 더 자주 꾸준히 보게 된 것 같아요. 보통 자라면서 아빠와 딸 사이에 대화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네요! 이번에 가족 다 같이 야구를 보러 간 적이 있지요! 제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정말 행복했어요.

부모님, 할머니! 예쁘고 자랑스러운 손녀와 딸로 자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성 좋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꽃처럼 자랄게요. 모두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