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서명’ 정치적행동 강행
전문가 “건보 탕진 우려” 비판

민주노총이 7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확대 적용 등을 주장하며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이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는 정부 정책에 관해 서명운동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활동에 무게를 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전국 12개 광역시·도 지역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서울역 앞 광장에 주최 측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소속 노조원 4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우리나라의 의료보장률은 65% 수준”이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0%에 크게 못 미치는 ‘반쪽짜리 건강보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7년 이후 지난 13년간 미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24조5374억 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2019년 미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3조7031억 원을 즉각 지급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액이 급증하고 있어, 민주노총 등의 이런 주장이 타당한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4일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은 약 8조7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2조6000억 원이 쓰여 전년 동기 대비 19% 많게 지출됐다. 손해액 증가의 배경에는 정부의 건강보장 강화 정책에서 의료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혔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주장과 요구는 사실상 정부 감시 및 정책 기구 역할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직접 관여되지 않은 분야까지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민주노총이 이번 정부와 공동정권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문재인 케어와 노동자 권익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고, 문재인 케어도 수십년을 통해 만든 의료보험을 탕진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건강에 직결된 문제”라며 “공공성 관련한 사안에는 민주노총이 다 개입하고 있고, 이 또한 넓게 보면 노동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