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조차 북한 비위를 맞추느라 정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진행 중이다. 기존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고사하고 정체불명의 ‘19-2 동맹 연습’조차 사라졌다. 대한민국 안보와 한·미 동맹이 어느 정도 추락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첫 훈련이라고 한다. 당면한 주적인 북한에 이렇게 절절매는 행태로 어떻게 전시작전을 지휘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이렇게 비굴한데도 북한은 6일 또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을 능멸하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이름조차 없는 ‘이번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진행되고, 유사시 북한 지역으로의 반격은 생략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실효성조차 의문이다. 그런데도 정경두 국방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시나리오”라고 했다. 국방을 책임질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발언이다. 명칭은 훈련 의미와 의지를 표현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정 장관 주장과 달리, 훈련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군 안팎에선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구색 갖추기일 뿐, 알맹이 없는 훈련이란 비판이 쏟아질 정도다. 연합훈련의 중요 목표 중의 하나가 억지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올바른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이 측면에서도 이번 훈련은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이런 저자세를 보이니 북한은 더 기고만장해 날뛴다. 6일 오전엔 서울과 가까운 황해남도에서 또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고, 외무성 발표를 통해 “남조선이 그렇게도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고 했다. 한국이 방어하기 힘든 미사일에 핵(核) 탄두를 달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으니 북한이 원하는 일만 하라는 ‘핵 갑질’이다. 이런 위협과 모욕에도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안보가 붕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