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환율 전쟁까지 덮쳤다. 무역전쟁이 관세·기술을 넘어 금융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2위 수출 대상국이고 일본은 3위 수입 대상국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로 버텨온 한국경제가 전방위 위험에 노출되면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재무부가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고, 중국 역시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과 기존 구매한 미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강대강(强對强) 충돌을 예고했다.

한국경제는 내외 악재가 중첩되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게 됐다. 금융시장의 요동은 한국경제의 선행지표나 다름없다. 5일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6일 오전 3년여 만에 장중 1900선마저 붕괴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혁신성장’의 상징인 코스닥지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8월 들어 한국 주식을 7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도 주식을 내다파는 게 불안하다. 이날 원화 가치 역시 장중 달러당 1220원대까지 추락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탈(脫)한국도 걱정된다.

그러지 않아도 거듭된 정책 실패로 올해 성장률이 2%대 사수도 아슬아슬해진 상황이다. 한·일 무역전쟁은 국내총생산(GDP)을 3.1% 줄일 것으로 추산되고,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을 가장 심하게 받을 국가로 지목됐다. 실물 위기가 금융으로 이어져 외국 자금 이탈마저 가속화하면 더욱 심각하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야 할 때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는 5일 “불안해할 필요 없다. 경제위기설은 일본이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안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 불가항력의 외부 위협 요인이 커질수록 내부적으로 더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미명의 현금 살포식 분배 정책을 접고, 성장(成長) 중심 정책으로 대전환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