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파랗게 질린 증시 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외환거래실에서 직원들이 주가와 환율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국내 금융시장 혼란 속으로

美·中 무역전쟁 등 中 이슈는
中의존 높은 韓서 영향 더 커
반도체 경기도 악화된 상황서
올 2%대 성장률 물건너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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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하고 있는 여파로 한국 금융시장이 충격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 위기상황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제기하고 있다. 6일 오전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붕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2.83포인트(1.69%) 떨어진 1914.15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최저 1891.81까지 떨어지며 1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2일 2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5일에는 2.56% 하락한 1946.9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도 뉴욕 증시 폭락, 미·중 갈등 격화 등 요인으로 하락세를 거듭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3.81포인트(0.67%) 하락한 565.98을 보였다. 코스닥은 이날도 장중 한때 540.83까지 떨어지며 550선까지 무너졌다. 전날 코스닥은 77.85포인트(7.5%) 급락한 569.79에 마감하며 600선이 무너지며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급락으로 인해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급락으로 인해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1월 초 대비 12.5%나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하다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시 전일 대비 1.8원(0.3%) 오른 1219원에 거래되다가 10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1.8원(0.15%) 하락한 1213.5원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한국이 일본과의 무역 분쟁 영향뿐 아니라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도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 환율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이 깨졌다는 점이 한국의 환율과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외국 자본들은 개방돼 있지 않은 중국 시장 대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이를 반영해 매매를 하다 보니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 시장에서 중국 타격 효과가 더 확대돼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금융시장 불안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시장의 충격이 확대되고 있고 사실상 금융 위기상황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시장은 중국과의 연동성이 높은 데다가 반도체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 폭락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으로 격화될 양상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을 전망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2%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면서 “시장 불안요인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 상승작용으로 더 큰 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박세영 기자 eun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