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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정부 결산안’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5일 통화에서 “9월 정기국회 개회 전 결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결산에 관심 있는 의원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의원들도 형식적으로 결산에 참여하다 보니 결산안 심사 일정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 당의 원내지도부와 개별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전하는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예결위 관계자는 “상임위별로 지금쯤은 결산안을 논의해야 예결위로 넘길 수 있는데, 추가경정예산안이 이제 막 처리된 만큼 논의가 제대로 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회의 결산안 부실 심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결산안을 제때 처리한 건 2016년이 유일하다. 2016년에만 정기국회 개회 직후인 9월 2일 결산안이 의결됐고,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2월 6일과 12월 8일이 돼서야 의결됐다. 20대 국회 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3년 결산안을 정기국회 개회 전 의결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된 이후 이를 지킨 해는 2011년이 유일했다.

2003년 국회법이 개정된 건 매년 결산안 심사가 대충 이뤄진 관행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정감사 준비 등 다른 일정으로 결산안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산안 심사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도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정당의 이익과 직결된 예산을 따내는 데는 혈안이 돼 있음에도 정작 세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사후에 점검하는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는 것이다. 세입·세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결산안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다. 결산을 잘해야 이를 바탕으로 다음 예산안도 올바르게 편성할 수 있다. 국회는 결산안 심사 역시 예산안 심사만큼이나 중요한 의무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손고운 정치부 기자 songo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