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위 당정청 대응책 논의 김상조(가운데)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결정에 따른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 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전면전 흐름과 전문가 조언

文 “다시는 지지 않는다”기류
김상조 ‘관리’… 김현종 ‘공격’
민주당도 대책반·위원회 꾸려

전문가 “싸울땐 강할수 있지만
靑은 주도 아닌 조정 주력을”
선택과 집중·외교 해법 주문도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청와대를 포함해 범(汎)여권이 총동원되고 있다. 극일(克日) 기류가 거센 상황에서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 상황을 지휘하는 구도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여권에서는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협상력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부와 민간의 힘을 결집하되, 대일 정책의 큰 틀을 수립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외교적 해결 모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여권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경제 전쟁’이 시작된 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주도해 극일 기류를 조성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핵심 참모진도 앞다퉈 실명으로 날 선 결의를 다졌다.

특히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끄는 ‘화이트리스트’ 대응 상황반이 국면을 관리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 역할을 하고, 외교와 통상에 강점이 있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공격수’로 나서는 모양새도 보인다. 상황반에는 청와대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비서실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전반적인 대일 전략을 검토한다. 김 실장은 오는 8일 주요 그룹 사장단과도 만나 민간 차원의 대책 마련 및 애로 사항 청취에 나설 계획이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총동원되는 구도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을 좌장으로 당·정·청 일일 점검 대책반을 가동하는 한편, 범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꾸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차원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는 셈이다.

민주당은 최재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도 만들어 대일 공격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와대 주도하의 범여권 총동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맞서는 국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최후방에서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 유연한 상황 관리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 정책이 포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가 되고 외교안보 및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조정 기능을 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가 일본에 대해 협상을 압도할 레버리지(지렛대)가 있는 부분을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부분적인 대책이고 결국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정치나 외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자칫 국론 분열의 우려도 있는 만큼 당·정·청 차원에서 냉정한 판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병기·유민환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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