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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슨 - 모리스 對 던 형제
36홀씩 3일 치러 3전 2선승제
던 형제 4홀 앞서다 막판 역전패

1849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위치한 머슬버러골프장. 스코틀랜드를 들썩이게 하는 2인 1조의 경기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프로인 앨런 로버트슨과 올드 톰 모리스, 그리고 쌍둥이 윌리와 제이미 던 형제였다. 28세의 윌리 던은 잉글랜드 블랙히스골프장의 헤드프로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머슬버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윌리는 6년 전 로버트슨에게 도전했다가 패한 이후 절치부심하던 터였다. 이번 재도전엔 쌍둥이 동생 제이미가 가세했다.

로버트슨은 1835년 14세였던 모리스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공방의 수제자로 삼았다. 둘은 골프채를 함께 만들면서 ‘결투’ 신청이 오면 거부하지 않고 물리쳐 무적의 듀오로 명성을 날렸다. 골프 최고봉 4인방이 맞붙는 빅 매치에 윌리가 내기 판돈으로 내놓은 400파운드가 걸렸다.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 경기는 36홀씩 3전 2선승제로 하되 먼저 윌리의 홈인 머슬버러에서 1차전을, 로버트슨의 홈인 올드코스에서 2차전을, 3차전은 제3의 코스인 노스버윅에서 치르기로 했다. 방식은 같은 조의 두 사람이 좋은 공으로 번갈아 치는 베스트 볼 방식의 매치플레이였다.

던 형제가 먼저 1승을 거뒀다. 올드코스에서의 2차전은 로버트슨이 홈에서 페이스를 찾으면서 승리, 1승 1패가 됐다.

3전 2선승제의 마지막 대결이 열리는 노스버윅. 갤러리들은 긴장했다. 경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무렵. 8홀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던 형제가 무려 4홀이나 앞섰다. 승리는 눈앞에 있었다. 4홀 차는 뒤집기에 너무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파트너인 제이미의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그러나 윌리의 오판은 다음 홀부터 시작됐다. 긴장을 잠시 놓고 있던 윌리의 상태를 놓칠 로버트슨과 모리스가 아니었다. 로버트슨 팀이 내리 4홀을 따내면서 동점이 돼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4홀이 남았지만 윌리는 당황했다. 33홀과 34홀에서 비겼고 35번째 홀에서 로버트슨 팀이 역전했다. 평정심을 잃은 윌리는 마지막 홀에서 자포자기한 듯했다. 결국 마지막 36번째 홀에서도 로버트슨 팀이 이겨 2홀 차로 승리했다.

로버트슨과 모리스는 다시 한 번 스코틀랜드 최고수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4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윌리는 6년 전의 1대1 개인전에서도, 이날의 2인 1조 포섬에서도 로버트슨을 이기지 못해 평생 속앓이를 하며 살았다. 10년 뒤 1859년 로버트슨이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다음 해인 1860년 열린 최초의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 윌리는 참가하지 않았다. ‘앨런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윌리가 생각했을 것이라고 후대 사람들은 짐작한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이미지 크게보기 윌리 던(왼쪽 세 번째)이 티샷 준비에 들어간 사이 앨런 로버트슨이 바로 뒤에서 연습 스윙을 하고 있고, 클럽을 손에 든 올드 톰 모리스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