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대남 조롱, 軍은 우왕좌왕…안보 無能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거듭 문 정부와 군(軍) 당국을 농락하고 있다. 31일 원산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북한은 1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이번에 모처럼 도발 직후 ‘탄도미사일’로 규정했었다. 이에 대해 ‘방사포’라는 식으로 공표한 것은 한국군 당국을 향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식으로 놀린 것과 다름없다. 그동안 군 당국이 우왕좌왕, 좌고우면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조롱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4일 북한의 첫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 규정을 주저하며 ‘미상의 발사체’ 등의 표현을 써왔고, 사거리에 대해서도 수정을 거듭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원점도, 탄착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당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었다. 북한이 31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30㎞, 비행거리 250㎞여서 현재의 방어시스템으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며, 북한이 철폐를 요구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있는 청주 공군기지에 도달할 수 있다. 불쾌하지만 김정은 주장이 아주 빈말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런데도 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후 “평화 구축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식으로 소극적 우려 표명에 그쳤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미 도발을 감행했는데도 가정법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군령과 군정의 ‘관장자’라면, 대한민국 안보는 이미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

북한의 조종 방사포라는 말 속에 이미 탄도미사일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미사일들로 한꺼번에 공격할 경우 한국 전역이 안보 사지(死地)에 내몰린다. 그런데도 방어 대책은 안 보인다. 유엔은 1일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영국 등이 나선 것인데 구속력 있는 논의를 할지 알 수 없다. 한국이 앞장서서 제재 강화에 나서야 할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북한과 중국·러시아는 한국 안보를 능멸하고, 미국과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 김정은 말대로 안보 자멸 사태가 올지 모른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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