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회장賞 김희원

시간이 멈춰있는 그리운 친구에게. 어렸을 적엔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고 자신이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의 형편도 생각하지 않은 채 부모님께 떼를 쓰고 울며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가졌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뭐든지 가질 수 있었던 집과 다르게 ‘학교’라는 곳은 정반대였습니다. 이 공간은 누구든지 평등하며 ‘선생님’의 지도에 친구들이 따르고 있었죠. 저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고 짜증 나서 반항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길 수 없어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저를 피했고 아무런 기쁨도 없는 학교는 저에겐 지옥과도 같은 곳이였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자리에서 엎드려있던 저에게 한 친구가 다가왔습니다. “왜 그래, 힘들어?” 저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제 옆으로 더욱 붙어서 한동안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정우석’. 저보다 키도 크고 힘도 셌습니다. 저는 이런 지옥 같은 공간에서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 조금이나마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5학년 때까지 이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고 그 친구 덕분에 더 많은 아이를 사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한 5년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2015년 12월 20일 TV 화면에 뜬 단신 뉴스, ‘교통사고로 인한 한 소년 사망’. 그 소년은 다름 아닌 저의 친구였습니다. 아침 7시부터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그 뉴스는 사실이었고, 우석이의 책상엔 책이 아닌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내 인생의 첫 친구, 우석아. 나 희원이야. 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구나. 많이 보고 싶어 우석아. 아마도 네가 존재하는 공간엔 시간이 흐르고 있을까. 처음 1학년 때 우리 서로 만나서 먼저 얘기해준 거 고마웠어. 그 덕분에 내가 끔찍한 시간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우석이는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나는 너처럼 멋있지 못해서 걱정했었거든 그래도 우석이는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 주었잖아? 그 마음은 생전 처음 느꼈거든 부모님에게도 사랑을 잘 받지 못했던 나를 우석이는 더욱 포옹해주었지. 하지만 이런 하나뿐인 친구가 나의 곁을 한순간에 떠났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어. 네가 사고가 난 후부터 밥도 잘 못 먹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 그래도 우석이는 나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었고 그걸로도 나는 너의 맘을 느낄 수 있었어. 인터넷에서도 너와 같은 친구들이 곁을 떠나게 되는 사연들이 많더구나. 지금 너를 떠올려보니 너와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들이 차츰 떠올라. 많이 보고 싶어 우석아. 예전처럼 너에게 개그도 배우고 같이 놀고 싶어 우석아.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