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배성범(왼쪽 첫 번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노공 4차장검사(〃두 번째), 정순신 인권감독관(〃세 번째) 등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성범 중앙지검장 취임

“공공가치 파괴 눈감지 않을것”
尹총장 이어 ‘공정경쟁’ 강조

“경제주체들 대내외서 어려움
중죄필벌-경죄관용 되새겨야”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31일 취임 일성으로 “사회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칙적 범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단행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선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에 박근혜·이명박 정권 핵심 인사들을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배 지검장은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치·사회·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반칙적 범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약자 등 민생을 해하는 범죄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칙적 범죄의 대표적인 예로 △민주주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선거범죄,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비리, △각종 부정과 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소비자 신뢰를 악용하거나 국민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도외시하는 범죄를 꼽았다.

다만 배 지검장은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께서 서울중앙지검에 바라는 바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중간간부(고검 검사급) 인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신자용(47·28기) 법무부 검찰과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을 맡아온 신봉수(49·29기)·송경호(49·29기)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요직에 기용했다. 신봉수 부장검사는 다음 달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될 특별공판팀의 팀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수사 지휘한 대표 사건에 대해 반드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검찰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추던 특수통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핵심 자리에 포진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환영하는 건 정치권과 대기업뿐”이라며 “부정·부패에 검찰이 눈감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총장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직접수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부패 대응 역량이 강화되고 제고된다면”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현재보다 약화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폐지 시점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내려놓을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의 약진은 직접수사를 축소해가겠다는 정부 검찰개혁 방향과 엇박자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