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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이민하, Fatman, 34×64㎝, 소가죽에 인두, 2009
농경을 기반으로 해온 우리에게 가죽은 그리 익숙한 화폭이 아니다. 화선지에 전통적 필묵의 도상을 구현해온 작가의 변신은 신선한 충격이다.
일찍이 엄숙하고 경건한 약속과 결의의 텍스트로서 이만한 강렬성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말이다. 가죽에 낙인처럼 인두로 지져진 서사들은 연기와 역한 냄새를 상상시켜 주고도 남는다.
종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신과 인간의 관계는 피와 희생의 속죄에 의해 성립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온갖 죄악을 씻고 구원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담긴 가르침들이 여러 언어로 새겨진다.
이렇듯 간절한 퍼포먼스는 흠향할 연기와 냄새가 있는 제의로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구구절절 텍스트를 파고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작가는 제사장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된다. 여기서 팻맨은 2차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이름이다.
하늘에서 아래로 투하되는 폭탄의 형태에 수많은 언어의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예민한 한·일 관계에 비춰볼 때 곡해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인류평화라는 큰 서사에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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