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협·부당한 인사 혐의
특수통 대거 고위직 전진배치
언론·정치권·대기업 조준 주목

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했던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에 대해 검찰이 노동조합에 혐오 발언을 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인사에 불이익을 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특수통을 대거 전진 배치한 ‘윤석열 체제’가 정권 후반기 적폐와 사정수사를 이어가고 정치인 비리와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지난 25일 박 전 사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사장은 재직 당시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양산해 범여권으로부터 ‘적폐 언론인’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박 전 사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5월 회사 간부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결된 노조는 회사에 암적인 요소이고, 암적인 요소는 반드시 제거한다”며 노조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2년 연합뉴스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과 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에 대한 지방 전보 발령도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사장은 취임 이후 언론노조로부터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박 전 사장이 재판에 넘겨지자 대기업과 언론, 정치권에 대한 ‘적폐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검찰 간부 인사에선 윤 총장과 함께 적폐수사 실무를 맡아왔던 서울중앙지검 책임자들이 대거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권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된 송삼현(57·23기) 제주지검장에 대해선 “뜻밖의 인사”라는 평과 함께 “호남 출신인 만큼 여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 정권과 가까운 윤대진(55·25기) 법무부 검찰국장도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고발사건 등 민감한 현안들이 몰리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권 후반기 사정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바로 서울남부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수원지검장”이라며 “호남 출신인 송 지검장과 문재인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57·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정권과 가까운 윤대진 국장을 각각 임명한 것은 사정 국면을 강하게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