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진영(가운데)이 29일 오전(한국시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프랑크 리부(왼쪽) 에비앙챔피언십 회장과 자크 분게르트 부회장으로부터 축하 키스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비앙 챔피언십 15언더 역전 우승… 올 3승째·통산 5승째
세계랭킹 1위 탈환… 올해의 선수·상금왕 등 6개 부문 선두
한국선수들 올시즌 메이저 3승째… 21개 대회서 10승 합작

고진영(2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 정상에 올랐다.

고진영은 29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공동 2위인 김효주와 펑산산(중국), 제니퍼 컵초(미국) 등 공동 2위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의 올 시즌 3승째이자 ANA인스피레이션에 이은 메이저대회 2승째다. 통산으로는 5승째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상금, 평균 타수 등 개인타이틀 부문 1위에 올랐다. 또 세계랭킹에서 5주 만에 박성현을 밀어내고 1위로 다시 올라서게 됐다.

우승한 뒤 환하게 미소 짓던 고진영은 시상식이 시작되고 애국가가 울리자 눈물을 쏟았다. 고진영이 우승을 확정짓자 대회 전통에 따라 상공을 맴돌던 스카이다이버가 그린에 내린 뒤 챔피언 고진영에게 태극기를 건넸다. 고진영은 태극기를 건네받아 어깨에 둘렀고, 그 순간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고진영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지난 4월 ANA인스피레이션 우승 직후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쏟았기에 이번엔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고진영은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리자 참을 수 없을 만큼 벅찼다”며 “감격스러웠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드라이버 거리나 아이언, 퍼팅이 많이 향상됐고 올해 캐디(전 오초아의 캐디)와 함께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선두에 4타 뒤진 채 4라운드에 돌입했다. 고진영은 “4타 차였지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내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특히 캐디가 마지막 4홀을 남겨두고 리더보드를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귀띔했다. 다음 주 브리티시오픈을 앞둔 고진영은 “2주 연속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건 처음이라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 것”이라며 “오늘과 내일 잘 회복해서 다음 주에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김효주가 15언더파로 선두, 박성현은 14언더파로 2위였고 고진영은 공동 3위였다. 악천후로 인해 4라운드 시작이 예정보다 2시간 늦춰졌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됐다.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 박성현이 먼저 난조를 보였다. 1, 2번 홀 연속 보기로 출발한 박성현은 11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로 2타를 잃은 데 이어 12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해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고진영과 김효주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상황에서는 김효주가 14번 홀(파3)에서 무너졌다. 1타 차 선두를 지키던 김효주는 이 홀 티샷이 벙커로 들어갔고, 벙커샷은 벙커 턱을 맞고 다시 벙커로 향했다. 세 번째 샷도 짧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고 보기 퍼트, 더블보기 퍼트가 연달아 빗나가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13번 홀까지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였던 고진영이 순식간에 14언더파가 되면서 2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고진영은 김효주와는 동갑이며 아마추어 시절부터 절친이다. 김효주가 14번 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을 때 상황에 대해 “효주가 운이 없었다”면서 “슬프고 치기 싫었을 텐데 효주는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김효주와 박성현이 무너지자 컵초가 막판에 3타를 줄여 펑산산과 함께 13언더파가 되면서 고진영을 1타 차로 압박한 가운데 먼저 경기를 마쳤다. 1타 차로 쫓기던 고진영은 그러나 17번 홀에서 약 4ｍ 버디 퍼트에 성공, 2타 차로 달아났고 18번 홀(파5)에서 파를 지켜내 2타차 우승컵을 안았다. 김효주는 마지막 18번 홀 버디로 공동 2위에 합류했고, 박성현은 이날만 4타를 잃고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6위로 내려앉았으며, 박인비는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8위를 차지했다.

고진영은 2015년 박인비가 L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이후 4년 만에 한 해에 메이저대회 2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고진영은 우승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 원)를 받아 시즌 상금 198만3822달러로 1위가 됐다.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던 고진영은 2위였던 상금과 세계랭킹에서도 선두에 나서 2019시즌을 자신의 해로 가꾸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4차례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올해 열린 21개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10승을 합작했다. 고진영은 에비앙챔피언십 홀수해 한국인 징크스도 깼다. 그동안 신지애(2010년), 박인비(2012년), 김효주(2014년), 전인지(2016년)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모두 짝수해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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