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파키스탄 총리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신 왕래” 언급 배경·전망

6·30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회의론 고개들자 가라앉히기
트럼프 “北 준비되면 만날 것”
北시간끌기에 속도조절론 맞서
폼페이오 “비핵화 이행할 때”

일각“친서외교 넘어 친서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서신을 주고받은 사실을 밝히면서 서신 외교가 북한의 거부로 지연되고 있는 실무협상 재개를 견인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잦은 친서 교환이 친서 외교 수준을 넘어 ‘친서 협상’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확한 친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서적 교감뿐 아니라 교착국면을 타개할 만한 모종의 제안이 오고 갔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북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모두 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임을 밝히는 등 실무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한 상황이어서 재개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에게 “최근에 북한과 약간의 서신 왕래가 있었다”며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서신 교환이 정상 간에 이뤄진 것인지, 실무진 간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 교환 발언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미·북 실무협상 재개가 당초 언급되던 7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고개를 드는 미국 내 회의론을 가라앉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에도 여전히 북한과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 내용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이었다고 밝혀 서신 외교를 통한 접점 찾기 진행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 재개 날짜가 잡히지 않았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준비될 때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말해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시간끌기 대미 압박 전술에 대해 제대로 된 비핵화 합의를 위한 속도조절론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임을 밝히면서도 실무협상에 구체적인 비핵화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함을 강조하는 등 북한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 앤드 프렌즈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가졌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 팀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약속 사항임을 강조하면서 “협상장에 나타날 때 다른 입장을 취하기를 바란다”며 “이제는 그(비핵화 약속)에 대해 이행하기 시작할 시기”라고 밝혔다. 북한에 시간과 여유를 줄 테니 과거 1,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던 실무협상처럼 빈손으로 나오지 말고 비핵화와 관련해 전향적인 조치를 들고 나오라는 메시지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화와 외교적 교류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를, 완전히 그렇게 하기를, 그것도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최종상태(end state)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