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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입니다. 살리자 대한민국.”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관 당대표회의실에 내건 슬로건이다. ‘내 탓’이란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당 관계자는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데 대해 한국당의 통렬한 반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당도 책임을 인정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힘쓰자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18일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조경태 최고위원은 “아주 이 못된 언론. 국민 여러분, 이거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파행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일본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 채택이 17일 불발됐는데, 한국당의 책임을 지적한 언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17일 자신의 이른바 ‘세월호 한 척’ 발언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가기만 하면 막말이냐”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권의 ‘남 탓’ ‘언론 탓’이 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도 최근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 과정에서 “매국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남 탓’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비판에 대해 “못된 언론”이라고 반박하는 게 공당이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니다. 많은 국민에게 생채기를 남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발언에 사용한다면 이 또한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다.

“언론 환경이 나빠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 보니….” 한국당 의원들이 최근 자주 내뱉는 말이다. 그러나 한 번은 실수지만 반복되면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내 탓’이란 슬로건이 주는 묵직함을 한국당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손고운 정치부 기자 songo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