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의제기 수용된 적 없어
노동계 “고의적인 늑장 고시”
고용부 “의결 자체 늦어진 탓”

고용노동부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인 시간당 8590원을 고시했다. 오는 28일까지 이의를 제기해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고용부는 이날 2020년 최저임금 결정안인 시간당 8590원을 고시하고, 이에 대해 노사 단체 대표자가 10일 이내에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 장관은 이의제기 내용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회신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할만한 사안으로 인정되면 고용부 장관은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지난 17일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난 1988년부터 총 24건(노동자 10건, 사용자 14)의 이의제기가 이뤄졌지만, 받아들여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노동계는 최임위 결정이 이뤄진 지 일주일 만에 고시를 한 것은 재심의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의제기 접수와 재심의 등에 필요한 기간을 합하면 20일이 넘는데, 최종고시일은 내달 5일로 잡혀 있다. 최저임금안 고시일부터 17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상 재심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태호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최소 20일 정도 걸린다고 얘기했던 것”이라며 “만약 재심의를 결정하게 되면 법에서 정해진 8월 5일을 넘어갈 수 있는 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애초에 최임위 결정 법정기한은 지난 6월 27일이었지만, 노사 양측이 불참과 회의 파행으로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도 “최임위 의결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에 최종고시일도 늦춰질 수 있다”며 노동계 측에서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일각에선 매년 노동계나 경영계 한쪽이 이의제기를 하는 게 형식적인 절차가 돼 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최종 표결에 참여해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나 의결이 다 끝난 다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고용부 고시를 하고 난 이후에 이의제기를 받도록 한 법 절차도 어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경영계가 2019년도 최저임금을 10.9% 올린 것에 반발하고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