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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 / 루실 드 페슬루안 글, 주느비에브 다를링 그림, 강미란 옮김 / 우리나비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다룬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들이 출간되고 있다. 역사, 과학 같은 교과 지식과 연관된 학습 교양 만화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청소년의 생활 속 고민을 다룬 작품을 웹툰이 아닌 지면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림책 중에는 몇몇 독립출판사가 성장기 청소년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 청소년 독자와 폭넓은 접점을 이루어낸 그림책이나 그래픽 노블은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

반면 청소년의 고민을 담은 그림책, 그래픽 노블을 창작해 달라는 교육 현장이나 독자의 요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책에서 이미지를 읽는 일이 낯설지 않은 청소년들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여러 가지 양식, 다양한 주제로 된 책을 학생들과 경험해 보려는 교사들의 요구도 높은 편이다. 일찌감치 종이책으로써 그림책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끼며 자라난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된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 창작 그림책도 점차 이 독자들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사랑과 성을 10대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다룬 몇몇 번역본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의 출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여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는 ‘10대들을 위한 페미니즘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10대에게 가장 큰 이슈였던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회피 없이 정면으로 보여 준다. ‘모두가 매일같이, 대놓고 혹은 아주 교묘하게, 별것 아닌 것 같다가도 아주 복잡한 방법으로 성차별을 당한다’는 첫 문장은 이 그림책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주치는 그림과 문장은 너무 자주 봤던 차별적 장면들이다. 작가는 이 논의를 10대와 이야기하면 어떻게 말해야 가장 빠르게 전달될 것인가를 잘 아는 것 같다.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다룬 통계를 제시하고 침착한 글에 과감한 단색 그림을 앉혔다.

아마도 아직 다른 나라의 시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직접적인 서술 방식은 10대를 비주체적 독자로 다루는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이른바 ‘돌려 말하기’가 없는 작품이다. 성차별과 관련된 수많은 돌려 말하기에 지쳐 있을지도 모르는 청소년 독자에게 이 그림책은 아주 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청소년들로부터 “내가 말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고, 청소년 도서관이 수여하는 ‘에스피에글상’을 수상했다. 56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