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EU 만들것”다짐했지만
취임 하루전 예정된 브렉시트
‘노딜’땐 EU 전체에 큰 악재
인준투표 9표 차이로 통과 등
취약한 지지 기반도 약점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17일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한 인준 투표를 한 뒤 개표 결과 재적의원(747명)의 절반이 넘는 383명이 찬성표를 던져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에 여성이 선출되기는 처음이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자신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큰 책임감을 느끼고, 나의 책무는 이제 시작됐다”면서 “건설적으로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5년 임기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자리는 EU의 최고위직으로 11월 1일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으면 2024년 10월 말까지 이 자리를 책임지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내정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함께 향후 5년간 ‘EU의 정상’ 자격으로 활동하게 된다. 미셸 상임의장은 오는 12월 1일 취임할 예정이다. 집행위원회는 위원장과 각 회원국에서 1명씩 추천된 집행위원, 2만300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문제, 미국과의 관계개선, 무역갈등 해소, 기후변화 등 산적한 현안을 떠안게 됐다. 특히 취임 하루 전인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는 특히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영국은 물론 EU에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인준 투표에 앞서 실시한 정견 발표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영국이 추가로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오는 2050년 EU에서 실질적인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성’을 달성해 기후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EU에서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갑작스럽게 선출된 만큼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유럽의회 의원 다수는 당초 각 정치그룹에서 집행위원장 후보(슈피첸칸디다트)로 선출된 사람을 뽑는 관례가 무시된 채 의외의 인물로 추천된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제기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가결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결국 그는 가결정족수(374표)보다 9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실제 733명이 참여한 표결 결과는 찬성 383표, 반대 327표, 기권 22표, 무효 1표 등이다. 현 융커 위원장은 2014년 표결에서 찬성 422표를 얻어 안정적으로 당선됐었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