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권 조정, 전문가 의견 듣고 중지 모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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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재가후 첫날 일성

日 수출규제 등 격랑속에 출항
기업인 수사 등 행보 관심집중

윤석열(사진) 차기 검찰총장은 17일 오전 8시쯤 서울 서초동 소재 자택 주변에서 조깅을 하며 임명 재가 후 첫날을 시작했다. 반팔과 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윤 차기 총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 대한 신임을 드러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데 대한 부담을 느껴서인지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검찰은 실제 수사를 하는 실무자들”이라며 “취임하는 대로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법 제도를 연구해 온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관철하려는 여권과 이에 반대하는 검찰 조직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차기 검찰총장으로서 각오와 소감을 묻자 “청문회 과정에서 이미 대답을 했다”며 앞으로 수사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대기업 수사를 강행하는 것도 임기 초 윤 차기 총장이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차기 총장 임명 재가 당일인 16일 김태한 대표이사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본안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르면 다음 달 초 소환할 방침이지만,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여파로 이 부회장 소환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선 청문회에서 “외부 압력으로부터 검사들의 버팀목이 되는 게 검찰총장의 존재 이유”라며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강조한 윤 차기 총장이 이를 구체적인 수사에서 증명해내는 임무도 막중하다. 검찰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아들의 KT 특혜채용 의혹 고발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했지만 아직 관련자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민감한 정치 상황 속에서 당장 야당 당 대표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벌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에 연루된 여야 국회의원 수사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과도 직결된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 중립성 논란이 더욱 달아오를 수 있다.

청문회장에서 불거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재조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수사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검찰 실세로 통하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 전 서장을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재수사가 필요한데 검찰에서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김윤희·이희권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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