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의 거듭된 거짓말이 자초한 국민 신뢰의 붕괴가 급기야 군을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으로까지 전락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방부는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고 앞에서 지난 4일 수하(誰何)에 불응하고 도망갔던 ‘거동수상자’가 상병 계급의 초병(哨兵)으로 확인됐다”며 13일 오전 1시 30분에 검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8일 동안 못 밝혀낸 신원을 국방부 수사단이 파견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특정한 사실을 두고, 일각에선 “이번엔 진범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 단계에선 당일 오후 10시 2분쯤 탄약고 초소의 인근 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해당 초병이 동료 병사에게 “음료수를 사러 잠깐 자판기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200m 거리의 생활관 건물에 갔다 온 것은 초소 무단이탈이어서, 들통나지 않으려고 도망쳤다는 조사 결과가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그대로 믿긴 어렵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의 은폐·축소뿐 아니라 조작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국민을 대놓고 속여왔기 때문이다. 엉뚱한 병사에게 ‘허위 자수’까지 종용한 영관급 장교는 물론, 그런 사실을 9일에야 보고받고도 뭉개기까지 한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11일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의 전화 문의를 받고 나서 알았다는 박한기 합참의장, 12일 비로소 보고받았다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지휘부의 나사 빠진 행태는 군기(軍紀) 해체의 참담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런 군에 튼튼한 안보의 기대는 연목구어다. 정 장관 문책(問責)만으로 끝내서도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국군통수권자부터 주적관(主敵觀)을 분명하게 재정립하고, 군의 기초와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정신 무장이 해제된 군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더라도 허수아비이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