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심각한 폐해가 경제 현장 곳곳에서 속출하는 가운데,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건설산업에서도 버티기 힘들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8300여 건설사를 회원으로 하는 대한건설협회는 14일 건의서를 발표, “건설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은 (법 시행일인) 2018년 7월 1일 이후 발주공사부터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법 시행 이전 발주된 206조 원 규모 공사들은 종전 근로시간(68시간) 기준으로 공정계획이 짜여 있는데, 갑자기 단축된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공기를 지키지 못하는 데 따른 지체상금(遲滯償金)과 입찰 불이익 등 건설사 피해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 현장에까지 ‘속인주의’에 따라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다 보니 외국 경쟁업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산업은 1970년대 오일쇼크 등 한국 경제사의 고비마다 위기 극복의 최일선에 있었다. 고용 및 재정투입 효과(재정승수)가 크기 때문에 지금도 경기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건설업계가 개문발차한 52시간제 때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11년 전 주 5일제 도입 당시엔 시행일 이후 계약 체결 공사부터 새 근로시간을 적용토록 했었다. 일본은 2017년 근로시간 단축 시 건설업 특성을 감안해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러 요인 때문에 2016년 6위→2018년 12위로 추락했다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분석했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부터 52시간제 보완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해 건설업계의 호소를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처가 밀어붙인 무리한 정책을 신속히 시정해야 할 국회의 책무가 더 무거워졌다.